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김동수 감독이 이끄는 프로야구 LG 2군 선수들이 대만 타이중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한 시대를 풍미한 슈퍼스타 이병규(41ㆍLG)에겐 낯선 출국장이다. 이병규는 매년 1군 스프링캠프 선수단 속에 있었고, 국가대표 터줏대감으로 국제대회를 누빌 때도 이 곳을 드나들었다. 일본 진출 기간(2007~09년)을 포함해 1997년 데뷔 후 20년째를 맞는 이병규는 올해 처음으로 2군 전지훈련에 참가한다.
리빌딩을 예고한 양상문 LG 감독의 방침에 따라 1군 캠프에는 신예 선수가 대거 포함된 대신 이날 대만행 비행기에는 이병규를 비롯해 정현욱, 김광삼, 장진용 등 베테랑 선수들이 몸을 실었다. 이병규는 출국에 앞서 “상황이 그렇다면 1군 캠프 자리는 후배들에게 양보해야 하지 않겠나”면서 “따뜻한 곳이라면 전지훈련이야 어디서 하든 똑같다”고 개의치 않았다.
이병규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KBO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군림했다. 현역 통산안타 1위(2,042개)다. 2013년에는 최고령 타격왕(0.348)을 거머쥐며 LG의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앞장섰다. 그러다 갑자기 설 자리가 좁아졌다. 2014년 타율 2할5푼1리, 지난해 2할1푼9리에 그친 성적 부진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두 시즌 출전 경기 수는 각각 62경기와 54경기에 그쳤다. 지난 시즌엔 햄스트링 부상 회복 후에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고, 기약 없는 2군 생활 끝에 시즌 막바지에서야 1군에 올라갔지만 승부가 기운 경기 후반 대타로 나간 게 전부였다. 이병규를‘퇴물’로 취급할 만한 설득력이 아직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베테랑, 레전드로 특별대우는 받지 못할지언정 적어도 어린 선수들과 공평한 경쟁 기회는 부여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병규는 지난달 17일 1군 선수단이 미국 애리조나로 떠난 이후에도 경기 이천 챔피언스파크로 출퇴근했다. 지난 시즌 긴 2군 생활에 이어 비시즌에도 2군의 일원이 된 이병규는 “작년에도 2군에 오래 머물면서 후배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운동한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됐다”면서 “1군과 2군, 고참부터 중간, 어린 선수들이 서로 돕고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야 강팀이 되는 것 같다. 대만에서도 후배들을 위해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찾겠다”고 다짐했다.
양 감독은 상황에 따라 이병규를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에는 합류시킬 여지를 남겨 놓았다. 이병규는 “최근 몇 년간 시즌 초반에 한 번씩 부상을 당한 게 문제였는데 그것도 내 잘못”이라면서 “오키나와로 갈지 모르겠지만 어디서든 착실히 몸 관리를 해서 완벽한 상태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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