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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버겁지만 나눌 수 있어 행복

입력
2016.02.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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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현(오른쪽)씨가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한 쌀 200포대를 2일 유천1동사무소에서 박용갑 중구청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대전 중구 제공
류지현(오른쪽)씨가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한 쌀 200포대를 2일 유천1동사무소에서 박용갑 중구청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대전 중구 제공

60대 농부가 설 명절을 앞두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자신이 농사를 지어 수확한 쌀 2,000㎏을 기탁했다.

주인공은 중구 유천1동에 거주하는 류지현(67)씨. 류씨는 2일 유천1동주민센터를 찾아 독거노인 등에 전달해 달라며 손수 농사지은 10㎏짜리 쌀 200포대(450만원 상당)를 박용갑 구청장에게 전달했다.

류씨가 쌀 기부를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 젊은 시절 고생이 떠올라 명절을 앞두고 어려운 이웃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직접 농사지은 쌀을 전달하기로 했다. 20대 후반에 대전에 정착한 그는 막노동과 쌀장사를 통해 재산을 모았고 논산에 40마지기의 논을 마련했다. 여기서 수확한 쌀을 매년 연초에 동사무소에 전달하기 시작했는데 올해로 17번째다.

유천1동 만두레봉사회 회원이기도 한 류씨는 매년 쌀 기증 외에도 김장용 배추 지원, 떡국 나눔 행사 때 쌀 지원 등 동네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행사에 물품을 후원해 오고 있다. 그의 기부에는 유천1동 통장을 맡고 있는 부인 홍정순(66)씨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류씨는 나이를 먹을수록 농사가 힘에 부쳐 쌀 기부를 언제까지 계속할지 자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순간까지는 기부를 멈추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내년 쌀 기부 약속을 이미 한 상태다.

류씨는 “이제 먹고 살만하고 자식들도 다 크고 보니 주위 어려운 사람들이 없는지 돌아보게 되더라”며“힘이 닿는데까지는 기부 활동을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

박용갑 청장은 “류씨처럼 자신이 가진 소중한 것을 이웃과 나누는 따뜻한 마음이 널리 퍼져 서로를 위한 사회분위기가 조성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허택회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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