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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구수한 인심에 한겨울에도 온기 가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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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구수한 인심에 한겨울에도 온기 가득한…

입력
2016.02.0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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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송정5일시장의 명물 우진대장간. 한국관광공사 제공

세상 참 각박하다는 생각 들 때 오래된 시장 떠올린다. 설익은 웅성거림이 마음 참 편안하게 만들고 소매 잡아 끄는 거친 촌부의 손길이 봄날 볕보다 따스하다고 느껴지는 곳. 세련되지 못한 시장에 이런 정서 여전히 흘러 다닌다. 한국관광공사는 전국의 이름난 전통시장을 2월에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했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정성으로 내 놓은 산물들 구경하고 넉넉한 인심까지 체험하면 퍽퍽한 일상에 활기가 돌고 한 해 버틸 힘도 불끈 솟는다.

● 남도 음식 비법이 여기 있었네…광주의 전통시장들

광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 북구 우산동에 자리한 말바우시장이다. 끝자리 2, 4, 7, 9일에 장이 선다. '할머니 골목'이 명물이다. 좁은 골목에서 인근 도시에서 첫차 타고 온 할머니들이 직접 키운 채소를 판다.

광산구 송정동에 위치한 송정 5일시장은 광주송정역에 KTX가 정차하면서 인기 높아진 시장이다. 3, 8일에 장이 서는데 영광 굴비, 목포 낙지, 벌교 꼬막 등 싱싱한 해산물을 만날 수 있다. 40년째 쇠를 달구는 대장간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평동산업단지가 인근에 위치해 있어 시장 인근에는 캄보디아, 태국, 중국 음식점 등이 많다. 팟타이나 양꼬치, 톰얌쿵 같은 이색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들이다. 광주송정역 맞은편 골목에는 국밥집 거리가 유명한 역전매일시장(1913송정역시장)도 있다.

서구 양동에 위치한 양동시장 역시 시작이 1910년대까지 거슬러 오를 만큼 역사가 깊다. 광주역과도 가까워 5ㆍ18 민주화운동 때 이곳 상인들이 시민들에게 주먹밥을 싸주며 힘을 보탰다. 특히 40년 전통의 통닭은 빼놓을 수 없는 이곳 명물이다.

양동시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대인시장은 2008년 광주비엔날레 이후 갤러리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들어서고 '별장'이라는 야시장 프로젝트가 호응을 얻으며 광주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 강릉 주문진항 노천 풍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 포구의 정취는 기분 좋은 덤…강릉 주문진수산시장

주문진수산시장은 영동 지방 제일로 꼽히는 수산시장이다. 복어, 임연수어, 오징어, 도치, 가자미, 대구 등 제철 생선이 가득하고 횟집과 난전으로 늘 활기가 넘친다.

주문진항은 1917년 부산에서 원산을 잇는 동해 뱃길의 기착지로 개발됐다. 그러다 다목적 어항으로 발전해 현재에 이른다. 어선 500여 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다. 주문진 부근 연해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고, 수심이 깊어 어족 자원이 풍부한 덕분에 일찍부터 수산시장이 발달했다. 이른 아침 포구를 찾아 경매를 구경하고 경매장 옆에 어부가 잡은 자연산 수산물을 노천에서 판매하는 어민수산시장도 들러본다. 어민수산시장에서는 회를 떠 근처 식당에서 먹을 수 있다.

주문진항 언덕에 있는 주문진성황당과 주문진등대도 구경한다. 성황당에는 현감의 수청을 거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진이'라는 이야기가 전한다. 주문진등대는 1918년 강원도에서 가장 먼저 생긴 등대다.

▲ 경주 성동시장의 뷔페골목. 한국관광공사 제공

● 먹는 즐거움 가득한 경주 성동시장

경주역에서 건널목 건너면 성동시장이다. 원래 경주 중심가에 있다가 1971년 현재의 위치로 옮겨 왔는데, 경주가 커지면서 시장도 함께 커졌다. 지금은 먹자골목, 생선골목, 폐백 음식 골목, 채소골목, 의류골목 등에 600여개 상점이 있고 상인도 800명에 이른다. 경주뿐만 아니라 인근 언양, 울산 등에서도 찾는 그야말로 경주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떡집골목, 생선골목, 먹자골목 등 특색 있는 골목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생선골목 어물전에서는 입구에 커다란 문어 여러 마리를 길게 걸어놓은 풍경도 볼 수 있다. 유교 전통 강한 경북 지역에서는 집안 대소사나 제사 등 큰 행사 때 문어가 빠지지 않는단다. 먹자골목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우엉김밥이다. 간장과 물엿 넣고 조린 우엉이 들어가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맛이 난다. 찹쌀순대도 유명하다.

먹자골목 안에는 경주 사람들이 '합동식당'이라 부르는 뷔페골목이 있다. 작은 식당 10여 곳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기다란 테이블에 20가지가 넘는 반찬이 수북하게 쌓였다. 골라 먹는 재미에 무한리필 반찬, 밥과 국을 포함한 가격은 단돈 5000원이다.

▲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의 청년 상인들. 한국관광공사 제공

● 청년들이 있어 더 활기찬 전주 남부시장

완산구에 있는 남부시장은 전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전주한옥마을 들머리, 전동성당에서 풍남문로터리 쪽으로 가면 있다. 콩나물국밥과 순대국밥으로 유명한 그 남부시장 맞다. 대형마트 등이 생기며 위축됐지만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문전성시)'으로 남부시장 6동 2층에 청년몰이 들어서며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청년들의 오붓한 시장인 청년몰에 현재 32개 상점이 입점해 있다.

상점마다 개성 가득하다. 작가들이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작가 공방, 직접 수입한 물건을 판매하는 상점, 인생 경험을 나누는 상담소, 세계 각국의 음식을 내는 맛집, 잠시 고단한 몸과 마음을 쉬는 찻집과 카페 등이다. 작가와 함께하는 체험 공간도 있다.

즐길 거리 많은 청년몰은 천천히 돌아봐야 한다. 청년몰 운영시간은 오전 11시부터다. 문 닫는 시각도 오후 6시~밤 10시로 상점마다 다르다.

청년몰의 성공으로 남부시장도 활기를 되찾았다. 2014년부터 야시장을 열었다. 야시장은 매주 금ㆍ토요일 오후 6시부터 열린다. 30여개의 이동판매대가 모이는데 몇몇 판매대에는 구매 고객이 장사진을 친다.

▲ 5일마다 축제처럼 열리는 제주 세화민속오일장. 한국관광공사 제공

● 바닷가 시솔 장터로 '혼저 옵서예'…제주 세화민속오일시장

구좌읍 세화해변에 끝자리 5, 0일인 날이면 세화민속오일시장이 열린다. 아담하지만 싱싱한 채소와 생선, 건어물, 과일, 신발과 의류, 각종 생활용품 등 없는 것이 없는 시골 장터다. 원래 주민을 위한 장이었는데 갈치, 옥돔, 고등어, 감귤 등 제주 특산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데다 제주 사람들의 생활도 엿볼 수 있어 요즘은 여행자들도 많이 찾는다. 상인들은 구입한 물건을 택배로도 보내준다.

세화민속오일시장은 드물게 바다 가까운 곳에서 열린다. 장터 구경에 바닷가 산책은 덤이다. 시장 인근에는 해녀의 역사와 독특한 공동체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해녀박물관도 있다.

세화민속오일시장은 오전 8시쯤 시작해서 오후 2~3시면 대부분 정리한다. 제대로 구경하려면 조금 서둘러야 한다.

▲ 아산 온양온천시장. 한국관광공사 제공

● 배부르고 등 따뜻한 장터…아산 온양온천시장

온양온천시장은 2008년 수도권 전철이 온양온천역까지 이어지며 삶터와 가까운 시장으로 변모했다. 기차 외에도 전철을 타고 느긋하게 다녀올 수 있다. 먹거리촌과 온천이 함께 들어서 '배부르고 등 따뜻한' 겨울 여행에 안성맞춤이다.

온양온천시장은 유래가 깊다. 온천이 유명했던 덕에 조선 시대 온양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휴양 기능을 하는 행궁이 자리한 왕의 휴양지였다. 온양 장터는 행궁 수라상에 식재료를 공급했다. 1950년대 오일장이 섰고 옛 장터에서 온천동으로 이전해 온양온천시장으로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왔다.

온양온천시장은 500여 개 점포가 테마에 따라 늘어섰다. 시장은 상설 시장과 함께 '맛내는 거리' '멋내는 거리' '샘솟는 거리'로 나뉜다. 상설 시장은 1970년대 중반부터 40년 넘게 자리를 지켜왔다. 맛내는 거리에는 각종 분식집 외에 주전부리를 파는 가게와 어물전, 채소 가게가 모여 있다. 온양온천시장의 명물 칼국수도 이곳에서 맛볼 수 있다. 멋내는 거리는 아산 주민에게 '온궁로'라고 불린다. 입구에는 온천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온궁로의 진입을 알린다. 멋내는 거리는 각종 브랜드 매장이 들어서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번화가다. 시민문화복지센터에서 이어지는 샘솟는 거리에는 옷 가게, 포목점 등 다양한 상점이 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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