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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2등입니다"...2인자의 땀방울에도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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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2등입니다"...2인자의 땀방울에도 박수를

입력
2016.02.0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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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이시 루이스/사진=개인 공식 페이스북.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하며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개그맨 박성광은 2009년 KBS2 '개그 콘서트'의 코너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에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1등만 대우하는 씁쓸한 사회상을 잘 반영하는 말들이다.

'2인자'로 불리는 선수들이 있다. 스테이시 루이스(31ㆍ미국)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6시즌 개막전에서 준우승 징크스를 이어갔다. 그는 1일(한국시간) 열린 LPGA 투어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김효주(21ㆍ롯데)에 2타 뒤진 공동 2위를 기록했다. 2014년 6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서 우승한 후 준우승만 9번째다.

미국프로농구(NBA)에도 '준우승 징크스'에 운 선수가 있다. 1958년 NBA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미니애나폴리스(현 LA레이커스)에 입단한 엘진 베일러(82)는 신인왕과 NBA 퍼스트팀(10회), 올스타(11회),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 수상 등 화려한 족적을 남겼지만, 리그 정상에는 끝내 오르지 못했다. 베일러는 준우승만 8차례를 기록했다. 그는 1971-1972시즌 초반 부상을 당해 9경기만 뛰고 은퇴했는데 공교롭게도 소속팀 LA레이커스는 그 해 우승을 차지했다. 조기 은퇴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챔피언이 될 수도 있었던 셈이다. 베일러는 칼 말론(리그 득점 2위 5회ㆍ준우승 3회)과 함께 NBA의 대표적인 '비운의 스타'다.

▲ 미하엘 발락(맨 오른쪽)/사진=개인 공식 페이스북.

2000년대 독일 축구국가대표팀 미드필더(MF)로 활약한 미하엘 발락(40)은 축구계 영원한 2인자로 꼽힌다. 발락은 2001-2002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바이엘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고 리그 최초 트리플 러너업(3개 대회 준우승)이라는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2006년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로 이적했지만, 첫 해부터 준우승의 고배를 마셨다. 2007-2008시즌에도 가혹한 준우승 행진에 울어야 했다. 리그와 칼링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간발의 차이로 준우승에 그쳤다. 발락은 유로 2008 결승에서도 스페인에 0-1로 지면서 준우승했다.

월드컵에서도 불운은 계속됐다. 그는 2002년 한ㆍ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발락은 한ㆍ일 월드컵 한국과의 4강전에서 골을 넣으며 팀을 결승에 올려놨지만, 정작 브라질과 결승전에선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했다. 독일의 준우승을 지켜봐야 했던 발락은 2006년 다시 월드컵 우승에 도전했지만, 3위에 그쳤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는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여자 쇼트트랙 간판 심석희(19ㆍ갤럭시아SM)는 2014년 2월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놓고도 "많은 분들이 금메달을 기대했는데 거기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금메달 지상주의' 풍조를 여과 없이 나타낸 이 인터뷰는 당시 반향을 일으켰다. 챔피언에게 한 끗 차로 패한 2등의 땀방울에도 열렬한 박수를 보내는 자세가 필요하다. 2등 또한 아름다우며 그들을 인정할 때 스포츠는 더욱 발전할 수 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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