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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제민주화, 불편한 진실

입력
2016.02.0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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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 다가오면서 ‘경제민주화’ 광풍이 다시 불고 있다. 이미 사회에 회자되는 공정경쟁, 상생, 포용적 성장 등 모두가 경제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모두 유사한 용어이다. 중요한 것은 용어가 아니라 이들이 제시하는 정책 수단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에 있다.

헌법 119조 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하여 시장기능의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 성장과 적정한 소득분배, 시장지배와 경제적 남용 방지,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2항은 1항에서 보장되는 시장경제체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 즉, 소득분배 악화나 독점 등 시장경쟁에 저해되는 시장실패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의 정당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가장 기본적인 논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형평성에 대한 지금까지의 한국정부의 역할은 성공적이었을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1, 12년 기간 35개국 시장소득에 대한 지니계수를 보면 한국이 34.2로 소득분배가 가장 좋은 국가이다. 시장소득은 정부의 세금부과나 이전소득이 포함되기 이전의 소득을 의미한다. 이는 곧 한국의 소득분배가 OECD 국가 중 가장 형평성이 좋은 시장기능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에 시장소득에 세금과 정부의 소득이전을 고려한 가처분 소득에 의한 지니계수는 31.5로 35개 국가 중 18위에 해당한다. 이는 세금이나 사회복지 정책에 의한 정부 정책의 소득분배 개선효과가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효과적이지 못하였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어떻게 하면 경제성장이라는 효율성을 담보해 주면서 형평성을 개선할 수 있는가에 있다고 하겠다. 먼저 헌법 조항은 정부가 시장보다 항상 우월하다는 전제하에서 설정된 것으로 현실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함으로서 시장의 문제점을 오히려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정부의 실패’ 문제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치인이나 공무원의 부정부패나 재벌과의 결탁이다. 이들은 재벌의 시장지배력 집중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하여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쪽으로는 뇌물을 받거나 사면권한의 남용을 통하여 재벌들에게 오히려 특혜를 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헌법에 나타나 있듯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형평성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논리도 수정되어야 한다. 이는 성장이라는 효율성과 소득분배 같은 형평성이 상호 대립된다고 하는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이념적 주장이다. 이미 학계에서 성장과 분배가 같이 움직일 수 있다는 실증결과가 많이 나와 있다. 선진국일수록 소득이 낮은 개도국에 비해 소득분배 상태가 좋게 나타나고 있은 사실이 이를 뒷받침 한다. 다시 말하면 규제완화를 통하여 효율성 강화 정책도 분배를 개선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 아쉬운 것은 형평성을 개선한다고 하면서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보편적 복지 정책이다. 이 정책은 부자들에게도 동일한 지원을 해 주면서 소득분배는 개선하겠다는 상호 모순적인 수단과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으로 인하여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정부정책 효과가 다른 국가에 비해 낮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정당화 되려면 정책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성과를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먼저 정부가 시장에 비해 항상 우월하다는 이념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정책 입안자들은 자신들이 실시하는 정책이 상호 모순되고 있지 않은지 보아야 한다. 이제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하여 상호 모순적이고 이념적인 정책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헌법 문구를 고쳐야 할 때인 것 같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ㆍ그린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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