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계 거장인 이우환 화백이 최근 자신의 작품 위작 의혹과 관련해 2일 “아직까지 위작품 자체를 직접 본 적도, 경찰로부터 공식적인 협조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 화백은 이날 대리인인 최순용 변호사를 통해 언론에 보낸 보도자료에서 “경찰에서 위작품으로 의심되는 작품에 대하여 봐달라는 등의 요청이 오면 성심껏 봐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자료는 위작 사태와 관련해 그간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술기자들이 공동으로 최 변호사를 통해 질의하자 이우환 화백이 심경을 밝힌 것이다.
이 화백은 “위작품의 최대 피해자는 작가 본인”이라며 “작가가 이번 사태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사태를 만들었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이 화백은 현재까지 작가가 보고 확인해 준 작품 수는 “수년간 수십 점 정도로 기억되며 선의로 그때그때 보고 확인해 준 것이어서 별도의 리스트를 작성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이 화백은 감정과 관련해 작가의 위임을 받았다고 미술계에 거론되는 갤러리현대 박명자 사장과 공간화랑 신옥진 사장과 관련해서는 “내가 국내에 없을 때 감정협회에서 감정을 하기 힘들다고 해 내 작품을 30년 가까이 취급해 온 두 화랑에 대신 감정을 해 소장가들의 편의를 봐 줄 수 있도록 위임장을 써 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미술품감정협회와 갈등 끝에 이 화백이 직접 감정을 하게 된 것이라는 소문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오히려 감정협회에서 몇 년 전부터 이우환 작품 감정에 있어 애매하고 보기 어려운 것이 몇 점 있다며 내게 보여주고 싶다고 해 감정협회를 도와주기 위해 몇 번 봐 준 일이 있을 뿐”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작가의 감정이 늦어져 발급이 지연되는 바람에 감정서가 위조됐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감정협회와 일부 소장가들이 부탁해서 선의로 몇 차례 작품을 보고 확인해 주었을 뿐”이라며 “작가는 감정서를 발급하는 기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련번호 중복 가능성과 관련해선 “오랜 기간 일본, 한국, 프랑스 작업실을 오가며 작업을 했기 때문에 가끔은 작품 뒷면에 일련번호나 내 사인이 없는 것도 있고 일련번호 부여 방식이 바뀐 경우도 있고, 같은 일련번호가 두 번 이상 겹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극히 몇 점 안 되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 화백은 이어 오래 전부터 카탈로그 레조네(전작도록)를 계획하고 있었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가짜라고 논란되는 작품들은 내 손을 떠난 지 30~40년 전의 것들이고 이후 작품들이 어떤 경로로 어디에 있었는지 나로선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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