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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여사' 라미란 "빵 터질 줄 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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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여사' 라미란 "빵 터질 줄 몰랐죠"

입력
2016.02.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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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민환기자

배우 라미란과 2년 만에 다시 마주앉았다. 얼굴이 반쪽이 됐고 몸매엔 S라인이 드러났다. 업그레이드된 외모만큼 배우로서의 위치도 올랐다. 영화 '국제시장' '히말라야'와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막영애) '응답하라 1988'(응팔) 등으로 필모그래피가 단단해졌다. 하지만 라미란은 변함이 없었다. 유쾌하고 솔직하고 인간미가 넘쳤다. 조·단역을 가리지 않고 여전히 다작배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는 높아진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가늘고 길게 오래 살아남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응팔' 성공예감 했나.

"신원호 감독님이 엄살을 피우셔서 잘 되겠나 싶은 생각으로 0회를 봤다. 처음 든 생각은 망했구나. 그런데 회를 거듭하면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고 공감해주셨다. 나한테도 인생작품이 될 것 같다. 정봉엄마, 치타여사라고 불러주신다. 몸 둘 바를 모를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라미란의 1988년을 소개한다면.

"중학교 1학년이었다. 강원도 탄광촌에 살았다. 학교가 산 중턱에 있어서 등교를 할 때마다 등산을 했다. 눈이 오면 학교를 못 간다. 그런 시골 동네에 자라다가 서울로 올라왔다. 네티즌이 1988년도에 누가 곤로(풍로)를 썼냐고 하던데 내가 그랬다. 연탄 때고 냄비 밥 해먹었다."

-치타 여사로 사랑 받았다.

"치타 여사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대본에 항상 호피 옷을 입는다는 설정이 있었다. 호피무늬 옷이 많이 없어서 한겨울에 여름옷 입고 찍고 그랬다. 웃길 줄은 몰랐다. 노래장면 찍을 때도 그냥 열심히 했다. 극중 상황에 몰입했다. 5년 전 탈락하고 재도전의 기회를 잡았으니 얼마나 절실했겠나."

-망가짐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하얗게 불태웠다. 감독님한테 '저 이제 밑천 다 떨어졌어요, 다음 작품 어떡해요'라고 했더니 자기 알바가 아니라더라. '응팔'은 지문이 가지는 힘이 대단한 작품이다. 지문이 세세하다. 대본에 충실해서 연기를 하는 편이라 가슴이 덜컹했다.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했다."

-또 아줌마 역할이다.

"배우라는 직업을 시작할 때 내가 이미 아줌마였다. 아줌마가 다 똑같은 건 아니다. 변화를 주기 위해 따로 준비하거나 그런 건 없다. '응팔'에서도 대본에 충실했다. 애드리브가 있다면 김성균을 때리는 장면? (김)성균이 잘 맞아준다(웃음)."

-캐릭터와 얼마나 닮았나.

"닮은 부분이 많다. 제작진이 인터뷰 하면서 내 본모습을 많이 참조한 것 같다. 평소에 잘 웃지 않고 남들이 웃기면 더 웃길 때까지 그냥 둔다. 극중에서도 남편 성균이 유행어 하는데 가족들이 아무도 안 받아준다."

▲ 임민환기자

-쌍문동 태티서로도 활약했는데.

"전작과 비교해 이일화 언니가 굉장히 외로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우리 셋이 모여서 너무나 좋았다. 처음 만난 날부터 이대로 헤어질 순 없겠더라. 차를 마시며 한참 수다를 떨었다. 감독님이 아줌마 셋이 수다 떠는 장면이 많다고 해서 실제로도 말을 많이 했다."

-두 아들은 어땠나.

"처음에 감독님이 아들 둘이 있는데 못생겼으니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정환(류준열)과 정봉(안재홍)을 만났는데 나를 닮았더라(웃음). 못생겼지만 나를 닮았으니 할 말이 없다. 못생긴 사람한테 빠지면 답이 없다고 하는데 지금 많은 분들이 허덕이고 있다."

-정환이는 짝사랑에 그쳤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지만 자꾸 사천에 내려갔다. '운전 조심하고 잘 해라'라고 말하는데 눈물이 났다. 정환이가 사고 나는 복선이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눈물을 쏟았다. 혼자 짝사랑하다가 속병 앓고 끝나니 엄마로서 짠하고 아쉽더라. 사실 택보다 정환이 남편감으로 최고다. 박보검을 좋아하지만 극중 택이는 바둑만 알고 약 먹는다."

-극중 자식을 삼는다면 누굴 택하겠나.

"일단 덕선이. 딸이 없으니까 덕선이처럼 착하고 싹싹하고 밝고 그런 딸이 좋겠다. 아들은 정봉이. 소라빵도 만들고 복권 당첨도 잘 된다. 정봉이가 모아둔 우표나 엽서들이 돈으로 돌아올 것 같다."

-쌍문동 식구들 그 이후는 어땠을까.

"판교에서 떵떵거리면서 잘 살 것 같다. 정봉이도 돈 잘 벌고 장가 잘 가고. 다만 정환이가 사천에서 어떻게 됐는지 그건 나도 궁금하다. 옆집에 성동일 식구가 있을 것 같다. 덕선이 불러다가 그때 우리 정환이 왜 찼냐고 물어보겠다."

-'응팔'에서 못다이룬 꿈이 있다면.

"멜로를 하고 싶다. 엄마나 아내 말고 여자로서의 모습. 선남선녀의 멜로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를 꿈꾼다. 멜로를 하려면 외모 신경을 조금 써야겠다. 60살까지 이 얼굴일 것 같다."

-배우로서의 욕심은.

"주연 욕심 없다. 가늘고 길게 가는 것이 목표다. 너무 도드라지지 않게 있는 듯 없는 듯 잘 스며들고 싶다. 꼭대기에 서고 싶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 언젠가 내려와야 하지 않나. 나는 그냥 이 일이 좋아서 한다. 히말라야를 혼자 언제 가보겠나. 다양한 배역 안에서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어 즐겁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아주 작은 배역도 상관없다."

-2016년 계획은.

"SBS '돌아와요 아저씨'에 들어간다. '응팔' 팬들은 실망하실 수 있다. 재미와는 거리가 먼 전혀 다른 캐릭터다. 계속해서 배우로 일하기 위해 완급을 조절하고 있다. 2015년은 숨고르기 해였다. 영화는 이미 전에 다 찍어뒀고 드라마 두 작품뿐이 안 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이 뻥튀기처럼 불어났다. 2016년엔 뻥튀기를 먹겠다."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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