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쓴소리’를 해온 일본 주요방송사의 시사프로 진행자들이 잇달아 교체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일본내 비판이 고조되는 등 현정권들어 언론자유가 위축된 증거로 회자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일 올 봄 NHK 등 3개 방송사에서 뉴스ㆍ시사프로그램의 간판 진행자들이 교체된다고 전했다. ‘외압’ 때문으로 단정할 구체적인 근거는 없지만 언론의 권력 견제기능이 더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방 TBS의 경우 아베 총리에 대한 ‘돌직구’ 논평으로 정평이 난 기시이 시게타다(岸井成格ㆍ71) 앵커가 2013년 4월부터 맡아온 ‘뉴스23’에서 3월말 하차한다. 마이니치(每日)신문 기자 출신인 기시이는 특정비밀보호법, 안보법 등 아베 정권이 논란많은 법률을 강행처리할 때마다 가차없는 비판을 해 아베 정권과 우익진영에 ‘공적’으로 간주돼왔다.
역시 정권에 송곳 지적을 해온 후루타치 이치로(古館伊知郞ㆍ61)도 2004년 시작한 TV아사히의 메인뉴스 프로그램인 ‘보도 스테이션’ 진행자 자리에서 3월말 물러난다. 일본 사회의 각종 문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NHK의 시사프로그램 ‘클로즈업 현대’의 진행을 1993년부터 맡아온 구니야 히로코(國谷裕子ㆍ58)도 3월말까지만 하고 물러난다.?그는 2014년 7월 아베 내각이 집단자위권 관련 헌법해석 변경을 각의(국무회의) 결정한 직후 아베 총리의 복심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게스트로 불러 놓고 “일본이 전쟁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 “헌법해석을 이렇게 쉽게 변경해도 되느냐”는 등 날카로운 질문을 한바 있다.
당시 스가 장관 측이 NHK 제작진에 강하게 항의했고, 결국 NHK 회장 등이 사죄한 사실이 일본 주간지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들 세 방송인이 정권의 압력 때문에 물러나는 것이라고 볼 근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기시이의 경우 낮은 시청률로 고전해왔고, 개런티가 특급연예인 수준인 후루타치는 본인 스스로 수년전부터 물러날 것을 고려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세 사람이 진행한 프로그램이 모두 아베 정권과 긴장관계였다는 점에서 이들의 하차 결정에 정권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억측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아베 정권의 언론장악력이 전례없는 수준이란 비판이 나오는 마당에 그나마 ‘다른 목소리’를 내온 방송인들이 연달아 물러나면 언론의 정권비판 기능이 더욱 저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스나카와 히로요시(砂川浩慶) 릿쿄(立敎)대 준교수는 간판 뉴스진행자들의 교체가 겹친 데 대해 “우연의 요소가 크다고 생각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정권에 비판적인 진행자가 밀려 나가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평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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