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의 빛이 쏟아지는 방 안에 선 관람객들이 연신 촬영 버튼을 눌러 댄다. 금속 이파리들이 빛을 반사하는 찰나를 포착하기 위해 스마트폰 화면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빨강 녹색 파랑 그림자를 담기 위해 끊임없이 몸을 놀려 셔터를 누른다. 시시각각 변하는 작품은 관람객의 스마트폰 속에서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한다. 새로 태어난 작품은 '#9lightsin9rooms' 문구를 달고 곧바로 인스타그램에 올려진다.
대림미술관이 지난해 12월 서울 한남동에 새로 문을 연 디뮤지엄(D MUSEUM) 전시장 풍경이다. 디뮤지엄은 개관을 기념해 특별전시회 ‘아홉 개의 빛, 아홉 개의 감성’을 열고 조명 장치를 이용해 빛이나 그림자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라이트 아트’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방 9개에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담아 관람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디뮤지엄은 ‘전시-관람’의 일방적 소통을 거부한다. 관람객으로 하여금 작품 촬영을 권장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입구에 반드시 ‘촬영금지’ 문구가 있고 정해진 장소에서만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다른 전시회와 가장 다른 점이다.
작품들은 대부분 ‘발로 찍어도 그림’이 된다. 일상과 동떨어진 빛의 세계 속에 자신을 이색적으로 기록할 수도 있다. 고리타분한 무채색 현실에서 벗어나 톡톡 튀는 발랄함을 담을 수 있다. SNS에서 사진을 소통 매체로 적극 활용하는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가장 반응이 뜨거운 곳은 인스타그램이다. 1일 현재 해시태그 '#9lightsin9rooms'가 달린 게시물은 1만 건이 넘었고, ‘#아홉개의빛_아홉개의감성’은 5,000 건, ‘#디뮤지엄한남’은 3,000 건에 육박하고 있다. 디뮤지엄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구독자가 11만 명을 넘어섰다. 다른 전시시설과 비하면 압도적인 수다. SNS를 타고 높아진 인기 덕에 전시장 입구에는 주말마다 줄이 늘어선다.
디뮤지엄은 SNS 활용에 익숙한 20대를 매료시키면서 ‘가보고 싶은 전시회’를 선도하고 있다. 강제적인 감상과 인위적인 해석은 뺐다. 직관적 이미지로 즉흥적 만족에 익숙한 젊은 층에 어필하고 있다. 엄숙함을 탈피한 이번 전시는 5월 8일까지 계속된다.
글·사진=오주석 인턴기자(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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