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1일(현지시간) 신생아에게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할 수 있는 지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해 ‘국제 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WHO는 이날 저녁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위원회 회의 결과, 지카 바이러스가 국제 보건 비상사태에 해당한다”면서 이같이 결정했다.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지카 바이러스가 신생아 출산에 소두증 등을 유발하는지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없지만, 사태의 위협 수준이 매우 심각하다”면서 “여행이나 교역에 대한 금지는 필요하지 않지만, 국제적인 신속한 공동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긴급위원회 데이비드 헤이만 위원장도 “지카 바이러스에 의해 신경마비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지 아직 증명하기 어렵지만, 사태가 확산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WHO가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함에 따라, 국제 의료 기관들은 지카 바이러스 차단과 백신ㆍ치료제 개발에 집중한다. WHO 미주지역 본부는 지카 바이러스와 비슷한 댕기열 등의 발생 사례 등을 고려해 미주지역에서만 300-400만명이 감염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지카 바이러스는 현재 브라질을 중심으로 파나마 등 중남미로 확산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도 이미 전파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퀴즈로 풀어보는 뉴스 ▶ 모기와의 또다른 전쟁
WHO는 지난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1만 1,000명 이상이 사망한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도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나 이미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이후 뒤늦게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해 늑장 대응을 한다는 비난 받았다. WHO가 이날 긴급위원회 회의가 끝나자마자 그 결과를 발표한 것도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 당시 빗발친 늑장 대응이란 비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찬 WHO 사무총장은 아직 브라질만 집중적으로 지카 바이러스가 나타나는데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소두증 등 심각한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브라질 보건당국은 이날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의 혈액체취를 금지하고, 각 지역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 발생 상황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지카 바이러스 차단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