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1일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보유자로 양성옥(62)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인정예고했다. 하지만 무용계 일각에서는 순수 태평무 전수에 매진해온 다른 신청자들을 제치고, 신무용(서양춤에 전통춤을 접목한 무용)을 선보여온 양 교수를 선정한 것은 문제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태평무 보유자는 지난 3년여 간 공석이었고, 명예보유자였던 강선영(1925~2016) 선생이 지난달 21일 별세하며 명예보유자도 공석상태다.
문화재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양 교수가 1980년 강선영 선생의 문하에 입문했으며 96년 5월 태평무 전수교육조교로 선정된 뒤 20년간 태평무의 보존과 전승에 힘썼다”며 “장단 변화에 따른 춤사위의 표현과 이해가 뛰어나고, 오랫동안 전승 활동을 해 리더십과 교수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양 교수는 강선영-이현자-이명자-양성옥으로 이어지는 태평무 계승자이지만 최승희-김백봉-양성옥으로 이어지는 신무용 전문가이기도 하다. 무용계 일각에서는 양 교수가 태평무보다는 신무용 개척자인 최승희(1911~69) 선생의 춤을 계승하는데 두각을 드러내온 춤꾼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양 교수는 최승희 헌정공연 등 관련 무대도 수 차례 선보였다.
이와 관련 한 무용계 인사는 “태평무에만 몰두해와 강선영 선생의 직계수제자로 인정받는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주로 신무용으로 인정받아 온 양 교수를 보유자로 선정한 결정은 태평무의 원형과 전통성을 지키겠다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특히 양 교수가 ‘이수자’가 될 수 있게 가르친 인사들보다도 앞서 양 교수가 보유자로 선정된 점에 대해 무용계 반발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선정을 위해 지난해 12월 외부전문가 10인 조사위원회를 열어 신청자들에 대한 기량조사와 면담조사를 벌였다. 그때 나온 평가 결과를 모아 지난달 22일 문화재위원회 무형분과회의에서 양 교수를 최종 선정했다. 예고 후 30일간 이의가 없으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유자로 확정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 2014년 두 차례 심사 지표 등에 대한 연구 용역을 수행했다”며 “해당 사항을 포함해 다양한 이의 내용을 수렴해 최종 심의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태평무 심사에 앞서 살풀이춤(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과 승무(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보유자 심사를 했으나 둘 다 인정 예고를 보류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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