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서한 외교’는 밀착하는 한중 관계의 상징과도 같았다. 두 정상은 2013년 이후 박 대통령(2월2일)과 시 주석(6월15일)의 생일에 축하 서한과 답신을 세 차례씩 주고 받았다.
박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시 주석이 이번에도 서한을 보내올 것인지는 외교가의 큰 관심사였다. 서한이 오지 않는다면,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북한 제재와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 등을 놓고 한중 관계가 얼어 붙었다는 논란이 커질 터였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의 생일을 하루 앞둔 1일 축하 서한을 보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저녁 7시 서면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박 대통령님의 생일을 축하하는 시 주석의 친필 서명 서한을 오늘 우리 측에 전달해 왔다”고 공개했다. 시 주석의 서한은 이날 오후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변인은 오전 8시 춘추관 브리핑에서는 “서한이 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었다.
정부 외교ㆍ안보라인 인사들은 이날 종일 신경을 곤두세웠을 것이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의 생일을 사나흘 앞두고 서한을 보내곤 했기 때문에 올해는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2014년엔 1월 29일, 지난해엔 1월 30일 시 주석의 서한이 도착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한 핵실험 이후 전화통화를 하지 않았고, 이는 두 정상 사이에 틈이 벌어진 게 아니냐는 논란을 불렀다. 생일 축하 서한을 통해 두 정상은 여전히 상당한 신뢰를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다만 청와대는 지난해 시 주석이 서한에 담은 내용을 자세히 공개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아 이런저런 해석을 낳았다. 시 주석이 다소 늦게 서한을 보낸 것에도 외교적 의미가 담겨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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