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복잡한 문제를 풀어낼 해결사는 힐러리 뿐이다.’(빌 클린턴 전 대통령)
‘링컨이 얘기했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를 만들 적임자가 여기 있다.’(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나는 부자이지만, 노동자의 친구다.’(도널드 트럼프)
2016년 미국 대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를 하루 앞둔 31일. 마지막 유세에 나선 주요 후보들의 공통 화두는 ‘미국의 시대정신’이었다. 각 후보들은 심각한 빈부격차, 기후변화, 의료보험 개혁 등에서 미국이 위기 상황이라는 점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각각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날 밤 9시 아이오와 주도 디모인시 에이브러햄링컨 고등학교 유세에 나섰다. 1,500여명 청중이 체육관을 채운 가운데 열린 유세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진보 성향을 갖췄으면서도 현실적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동성애자 권리, 기후변화 대책, 서민경제 회복 공약을 설명하며 보수적 색채를 띤 공화당 후보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등장하기 직전, 딸 첼시와 함께 찬조 연사로 나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청중들에게 “퍼스트레이디,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 지나온 이력으로 봤을 때 대선에 나온 후보 중 최적임자는 누구이겠느냐”고 물으며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대답을 유도해냈다. 클린턴 전 장관 내외의 잇따른 지지 호소에 청중들은 ‘우리를 위해 싸우는 힐러리’(Fighting for us)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흔들며 환호했다.
이날 오후 8시 샌더스 의원은 같은 디모인 시내 그랜드뷰 대학 강당에서 열린 유세에서 “99% 미국인을 대변할 수 있는 후보는 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유세에는 미 전역에서 찾아온 자원봉사자와 아이오와 지지자 등 1,000여명이 모였다. 샌더스 의원은 “8개월전 대선 참여를 선언했을 때 지명도도 약하고 조직도 약했으나, 바로 혁명적 변화를 원하는 여러분의 도움으로 내일 승리를 눈 앞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다른 후보들은 (부자들이 기부한) 슈퍼팩 정치자금에 의존하지만, 나는 여러분이 평균 25달러씩 모아준 돈을 선거를 치루고 있다”며 “반드시 미국을 변화시키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진영에서 선두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는 스스로를 노동자들의 친구라고 주장하며 서민층 표심 공략에 주력했다. 트럼프는 이날 CBS의 ‘페이스 더 네이션’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나는 최고급 버스를 가졌고 버스를 727이라 부른다. 사실상 757이 맞다”며 전용 비행기를 가진 부자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미국 노동자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까지 인정하면서 “일자리 생산자이자 평생을 건설 현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여론조사 오차범위 이내 승부를 펼치는 클린턴 전 장관과 샌더스 의원은 아이오와 경선 막판 불거진 ‘이메일 스캔들’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국무장관 재직시) 주고받은 이메일에 기밀로 분류된 정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메일 의혹은 (리비아 벵가지의 미 영사관 피습사건인) 벵가지 사건과 매우 비슷하다”며 “공화당이 나를 마구 공격하는 소재로 이를 계속 악용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샌더스 의원은 CNN 방송 인터뷰에서 “정치 쟁점으로 삼고 싶지는 않지만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민주당 1차 토론에서 ‘문제될 게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디모인(아이오와)=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