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에게 한국에서 사는 것은 지옥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근사한 직업을 보장받는 대신 흙수저로 태어난 사람들은 장시간 노동에 저임금을 받고 혜택 없이 살아간다.”
지난달 31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조명한 ‘헬조선’의 모습이다. WP는 ‘한국 청년들은 자신의 나라를 지옥으로 부르며 탈출구를 찾는다’는 제목의 이 기사 (▶ 원문기사 보기)에서 “‘헬조선’이 유교적 계급질서가 사회를 단단히 틀어쥐고 누가 앞서갈지는 봉건제도로 결정되는 조선왕조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WP는 헬조선 현상의 배경을 주로 경제적 요인으로 분석했다. WP는 “부모세대는 1960~70년대는 경제 발전, 80년대 민주화 등 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을 살았지만, 이후에 태어난 2030세대는 부정적인 면들만 겪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사회ㆍ경제적 어려움과 상실감이 눈부신 산업화의 경험과 대비되면서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경제는 지난해 성장률 2.6%를 찍으며 미끄러졌고 안정성도 없고 혜택도 없는 비정규직을 양산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청년들이 현실을 개탄하는 모습에 대해서도 WP는 상세히 소개했다. WP는 페이스북의 ‘헬조선 페이지’를 예로 들며 “장시간 노동, 높은 자살률, 심지어는 높은 과자 값 등이 언급되는 등 한국의 끔찍한 상태가 계속 포스팅되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특히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헬조선을 떠날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며 미군에 입대해 미국 시민권을 얻는 방법, 북미에서 수요가 많은 용접 기술을 익히는 방법 등을 예로 들었다.
WP는 한국 청년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사의 현실감을 더했다. 이에 따르면 방송작가인 황민주(26)씨는 월요일 아침에 짐을 싸서 방송국에 간 뒤 목요일까지 그 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일한다. 일은 밤 9시쯤에야 끝나지만 비정규직이라 항상 해고에 대한 두려움을 안은 채 일한다. 비정규직 노조원인 이가현(22)씨는 “한국에서 파트타임이라고 하면 일은 정규직과 똑같이 하고 대신 월급은 적게 받는 걸 뜻한다”고 자조하며 “비슷한 환경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전문 노동변호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WP는 헬조선 열풍이 단순히 사이버공간에서만의 유행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WP는 장강명 작가의 ‘한국이 싫어서’가 지난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손아람 작가가 한 일간지에 기고한 ‘청년망국선언문’이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어 WP는 한국 청년들을 더 좌절시키는 요인으로 사회의 구조적 문제 대신 노력 부족만을 지적하는 기성세대를 든 30대의 불만을 전한 뒤 “이 곳은 출구 없는 지옥”이라는 그의 한탄으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남효정 인턴기자(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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