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일대종사’ 등을 통해 새삼 알려진 영춘권(詠春拳)의 기원은 설이 분분하다. 좁은 지면에 그 유래를 다 따지긴 힘들지만, 분명한 건 본래 여성을 위한 무술이었다는 것. 이를테면 김연아 만한 여성이 강호동 만한 남성을 제압하기 위해 창안된 것이라 보면 된다. 동북아 삼국 통틀어 모든 무술은 힘의 조절과 제어가 기본 원칙이다. 폭력 자체를 권장하는 무예 지침은 어디에도 없다. 보기에 경이로운 서커스적인 기예가 핵심도 아니다. 자기 수양과 힘의 고른 분배, 잡념과 망상적 자아도취로부터 해방 등이 모든 무예의 기본이다. 영춘권에는 현란하고 폭발적인 기술 따위 없다. 오는 주먹을 되받아 돌려주고, 터져 나오는 상대의 에너지를 그 자체로 역류시켜 스스로 무너지게 할 뿐이다. 중심은 늘 뒤쪽에 있고, 팔꿈치는 옆구리에 붙여야 하며 무릎은 안으로 오므려 방만한 틈을 단속하는 게 기본자세다. 예전에 잠깐 수련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요즘 다시 그 자세를 갖추려 수시로 용 써본다. 그러나 쉽지 않다. 똑바로 서 있는 것. 생각을 최대한 없애고, 주변 물리적 변화의 추이를 육체적으로 감지하는 것. 그렇게 자기를 보호하고 상대마저 보호하는 것. 그게 정립됐을 때, 머리는 맑아지고 몸은 투철해진다. 무릎을 오므리고 똑바로 서본다. 오금이 저리고 죽을 지경이다. 여태 잘못 살았다는 걸 이렇게도 알 수 있다. 고개 들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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