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수출 의존도가 높은 가난한 산유국들이 잇달아 긴급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나서면서 저유가 디폴트 확산의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나이지리아가 세계은행(WP)과 아프리카개발은행(ADB)에 35억 달러(약 4조2,87억원)의 긴급자금을 요청했다. FT는 나이지리아의 요청에 대해 “예산 적자를 메우기 위한 조치”라며 “저유가로 인해 산유국들의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저유가에 따른 경기 침체로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3%에 달하는 150억 달러(약 18조375억원) 규모의 재정적자가 불가피하다. 나이지리아의 대규모 적자는 경제개발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무함마드 부하리 정권의 탓도 있지만 원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도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나이지리아 국가 소득의 70%를 원유 수출이 차지했는데, 올해는 저유가로 그 비중이 33%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고는 1년 동안 500억 달러에서 282억 달러로 반 토막이 났다.
나이지리아에 앞서 아제르바이잔도 지난달 말부터 IMF와 4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놓고 논의에 착수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원유와 가스 수출액이 전체 수출액의 95%에 달할 정도여서 나이지리아 못지않게 저유가의 충격을 받고 있다.
문제는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산유국 가운데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는 개발도상국들이 연쇄적으로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유보유량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는 저유가로 지난해 재정 수입이 전년 대비 70%가량 급감하면서 부도 위험 국가 1순위에 올라 있다. 역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브라질도 저유가 디폴트의 위험수위까지 닿은 상황이다.
산유국의 감산 합의마저 순탄치 않아 개발도상 산유국의 연쇄 도산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1일 “베네수엘라 대표단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방문해 감산을 요구할 계획이지만 승산이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석유부국들의 ‘치킨게임’에 재정위기에 몰린 빈국들만 희생양이 되는 형국이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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