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곡은 가요 시장에서 가성비 최고의 아이템으로 꼽힌다.
1곡당 500~3,000만원 가량 드는 작곡비를 절감하고도 곡 인지도가 높아 차트 인기로 이어지기 쉽다. 최소한의 편곡비와 녹음 비용만으로 음원을 발매할 수 있어 '저비용 고효율'의 대표적 모델이다. 원곡의 창작자 또한 함께 웃는 '윈윈'이다. 편곡과 가창을 아무리 새롭게 입히더라도 멜로디와 노랫말 주인에게 저작권 수입이 돌아간다.
음악 소비자에게는 익숙함과 신선함 사이에서 선택을 받는다. 원곡이 유명하면 가수의 곡 해석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고, 원곡이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이면 리메이크를 통해 세상의 빛을 다시 보게 된다. 30~40년 전 발표된 곡들이 때마다 다시 부활하는 배경이다.
■ 저비용
유명 가수들의 앨범 제작비는 1억원을 넘기기 일쑤다. 녹음·믹싱·마스터링·각종 마케팅 비용을 제외하고 작사·작곡료와 뮤직비디오 제작비에만 절반 이상이 쓰여진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곡이나 뮤직비디오에 힘을 주자면 그 비용에만 1억원 가까이 쏟아 붓기도 한다. 해외 로케에 욕심을 부리면 2~3억원은 금세 사라진다.
리메이크 곡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작사·작곡료를 따로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 드라마나 영화 OST로 결합된다면 뮤직비디오 예산까지 아낄 수 있다. 관련 작품의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뮤직비디오를 대체할 수 있는 덕분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거의 모든 제작자들은 신곡 제작비가 높을 수록 실패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리메이크 곡은 보통의 신곡 발매 비용보다 1/10 가량 제작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심리적으로 훨씬 부담 없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 고효율
최근에는 마케팅 비용도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리메이크 곡의 탄생이 오디션·가수 배틀 프로그램, 드라마 배경음악 등 방송의 주요 소재로 이용되고 있어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MBC '나는 가수다' 열풍 당시 정점에 올랐던 이러한 풍경은 'K팝스타' '슈퍼스타K' '불후의 명곡' '슈가맨' 등을 통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방송 직후 리메이크 음원이 발매되는 형태다. 김조한의 '사랑의 빠지다', 신용재의 '가수가 된 이유' 등은 오디션 프로그램 경연자들에 의해 재조명 받은 대표적 곡이다.
차트 성적은 강한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 그룹의 신곡 못지 않다. 지난해 연말과 올 초 음원 차트는 '응답하라 1988' OST가 상위권을 독식했다. 모두 리메이크 된 노래들이다. 오혁의 '소녀'는 1985년 발표된 이문세의 3집에 수록된 동명의 노래를 리메이크 했다. 김필의 '청춘'은 1981년 발표된 산울림의 곡으로 원곡 가창자이자 작사 작곡자 김창완이 함께 불렀다.
'걱정말아요 그대'는 2004년 전인권의 4집 타이틀곡으로 이적이 직접 편곡하고 노래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라는 구절을 친구의 격려처럼 분위기를 새로 바꿔 원곡보다 더 높은 인기를 누렸다.
■ 저작권료 '보너스'
리메이크 곡의 활성화 이면에는 저작권 수익 구조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재탄생 된 곡일지라도 작사·작곡에 대한 권리는 원곡 창작자에게 돌아간다. 현행 수익분배율은 유통 사업자의 40% 권리를 제외하고 60% 안에서 작사·작곡·편곡자가 10%, 실연자가 6%, 저작인접권자가 44%를 나눠 가진다. 원곡 창작자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발품 없이도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되는 만큼 자연스럽게 리메이크를 용인해주는 분위기다.
음반 제작자가 특정 곡을 리메이크할 경우 저작권자의 동의서를 음악저작권협회에 제출하는 게 원칙이다. 과거에는 멜로디나 가사 등 원곡에 변형을 가하지 않을 경우 저작권자의 의사를 묻지 않는 사례도 많았다. 그러나 서태지·김동률 등이 이를 공론화시켰고 그 이후 최소한 원곡 창작자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예의로 자리잡았다.
음악 관계자는 "과거 무분별하게 리메이크가 성행하던 때엔 원곡 창작자를 당황케 했던 일들이 종종 있었다. 아무리 추가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원곡이 변형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며 "리메이크 전 동의 절차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조언했다.
사진='청춘' 뮤직비디오 캡처, 한국스포츠경제DB, tvN-MBC 제공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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