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이너스 금리 조치에 중국, 유럽도 맞대응 가능성 ↑
글로벌 통화 격랑 속 한국은 선택 여지 많지 않아… “맞대응보단 리스크 관리가 중요” 지적
일본의 전격적인 마이너스 기준금리 도입으로 글로벌 경제에 또 다시 ‘환율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장기불황 탈출에 사활을 건 경제대국들이 저마다 극약처방을 서슴지 않자 ‘나 홀로’ 돈줄 죄기에 나섰던 미국조차 멈칫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통화 격랑에 낀 우리나라의 선택 여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가미카제’ 공격에 맞대응 불 보듯
29일(현지시간) 미국 CNBC에 출연한 린지그룹의 피타 부크바 수석연구원은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경제적 가미카제”에 비유했다.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공격에 나서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의미다.
실제 일본의 이번 마이너스 금리 조치는 ▦실질임금이 정체된 상황에서 효과가 의심되고 ▦전체 은행 예금의 10% 가량에만 적용되며 ▦일본은행 내부에서도 반대가 많았다는 점 등을 들어 오히려 장기적으론 위기감을 키울 것이란 해석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일본은행의 발표 직후 엔ㆍ달러 환율이 118엔대에서 121엔까지 급등한 데서 보듯, 마이너스 금리의 효과와 무관하게 당분간 엔화 가치는 더 낮아지며 환율전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이미 최근 6개월간 위안화 가치를 6%나 절하하고도 올 들어 외자 유출을 막기 위해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풀고 있는 상태. 이는 그간 엔화 가치를 상대적으로 끌어올려 중국 수출에 방어막으로 작용했지만 일본의 역공세에 다시 상황이 위태로워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엔화 약세에 맞서 위안화를 추가로 절하할 경우, 일본의 추가 절하와 아시아 각국의 맞대응 등 환율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플레이션 압력에 빠져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은 진작부터 오는 3월 정례회의에서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예고해 놓은 상태다. 작년 말 금리인상의 시동을 걸었던 미국도 지난달 통화결정 회의에서 “당분간 국제경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을 밝히며 인상속도 조절 가능성을 내비쳤다.
소용돌이 휘말리는 ‘수출 한국’
당장 우리로선 수출 경합관계에 있는 엔화와 위안화의 추가 절하가 몹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해외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우리도 기준금리를 내려 맞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임계점에 다다른 가계부채와 갈수록 약해지는 통화완화와 실물경기 부양 간 관계 등 때문에 섣불리 나서기 어려운 처지다. 때문에 작년 0.4%에 그친 수출증가율이 올해 회복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은 연초부터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정부는 내수로나마 경기활력을 유지하고자 재정 조기집행과 소비 활성화 대책에 부심하고 있지만 거대한 글로벌 통화 격랑에 얼마나 버팀목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우리도 섣불리 금리인하 등으로 대응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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