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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교 투수 최대어, 전과 34범 사기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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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교 투수 최대어, 전과 34범 사기꾼으로

입력
2016.02.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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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세상과 단절될 생각을 하니 죽고 싶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은평경찰서에 구속된 전 프로 야구선수 전모(34)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전자제품 대여점에서 빌린 전문가용 카메라 5대와 노트북 1대를 전당포에 맡기고 2,200만원을 받아 챙겼다가 구속됐다. 전씨는 매번 자신의 신분증까지 내놓으며 카메라를 빌렸고, 대여기간이 끝나도 소식이 없자 사기인 것을 직감한 피해자 오모(30)씨 등의 신고로 붙잡혔다.

그가 수갑을 찬 건 벌써 35번째다. 직전에도 동거녀와 함께 쓸 유흥비를 마련할 목적으로 비슷한 사기를 저질러 2년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지난해 10월에 출소한 지 한 달도 안돼 다시 범죄에 손을 댄 것이다.

전씨는 서울 S고 재학시절 주목 받는 유망주였다. 고교 투수 랭킹 1,2위를 다퉜고, 청소년 국가대표에도 너끈히 뽑혔다. 2000년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에서 모 구단으로부터 1순위 입단 제의를 받았으나 일본 진출을 위해 야구 명문 K대 진학을 선택했다. 스무살 투수의 앞날은 거침 없어 보였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고 투수의 꿈은 대학 입학 후 첫 학기가 지나기도 전에 산산조각 났다. 고교 시절 혹사 당한 오른쪽 어깨 근육이 파열된 것이다. 한번 망가진 몸은 좀체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2003년 초 대학을 그만뒀다. 그래도 전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공익근무를 하면서 꾸준히 훈련해 2005년 모 프로구단 2군 선수로 입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재기의 기쁨도 잠시. 2004년 재수술한 어깨는 끝내 말썽을 부렸다. 7개월 만에 구단을 나온 전씨의 야구 인생은 거기서 끝이 났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야구만 보고 달려 온 전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 흔한 야구코치 자리 잡기도 쉽지 않았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는 사기의 유혹에 빠져 들었다. 전씨는 2007년 사회인야구팀 N구단에 입단해 과거 유명세를 내세워 “잠실구장을 빌려 대회를 치르게 해주겠다”며 200여만원을 가로챘다. N구단 관계자 김모(36)씨는“유명선수라 믿고 돈을 맡겼으나 운영비만 빼앗겼다. 회원 이름으로 100만원이 넘는 외상술을 마신 것도 수 차례”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사기와 구속의 삶이 반복됐다.

전씨는 경찰조사에서 “바르게 살아보려 사업자금을 마련한 뒤 갚으려고 했다”고 변명했지만 이미 전과 34범인 그의 말을 믿어줄 사람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운동만 해 온 전씨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기꾼으로 전락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혜정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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