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정의당 전 의원이 1일 서울 노원병이 아닌 경남 창원성산에 출사표를 던진다. 선거구 개편과 야권재편의 직격탄을 맞은 진보정당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노원병에는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노 전 의원이 기존 지역구인 노원병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아 심상정 정의당 대표마저 주변에 설득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한 인사는 노 전 의원에게 “모든 지역구가 어려운 만큼, 반드시 원내 진입자가 나와야 한다”며 강하게 설득했다고 전했다. 근로자가 많은 창원성산은 야권성향이 강해 17,18대 총선에서 권영길 전 의원이 당선됐으나, 19대에선 야권후보 분열로 수성에 실패했다. 정의당은 노 전 의원의 창원 출마로 울산과 창원, 거제를 잇는 진보벨트를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는 한 석이 아쉬운 정의당의 깊은 위기감이 배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권에선 선거구 재획정과 제1야당의 분당이 정의당의 의석수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심 대표를 제외한 소속 의석 4명이 모두 비례대표인 정의당은 전체 비례 의석수가 늘수록 유리하지만, 막바지에 이른 선거구 획정 협상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비례의석이 기존보다 7석 줄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지지율에 비례한 의석수 보장)도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될 공산이 크다.
여기에 국민의당 등장도 정의당의 입지를 좁혀 놓았다. 야권 신당의 출현으로 제3 야당이 된데다 야권연대 방정식도 복잡해진 탓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범야권 지지자들이 정의당까지 신경 쓸 여력이 있을지 걱정”이라며 “신당 기대효과가 가라앉는다 해도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은 장담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야권 후보단일화에 대한 전망도 밝지는 않다. 앞서 정의당은 선거 막판에 야권연대를 통해 비중 있는 지역구에서 자당 후보로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19대 총선 당시 천호선 전 대표(은평을)와 7ㆍ30재보선에서 노회찬 전 의원(동작을)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더민주와의 양자 테이블에서, 국민의당이 가세한 3자 테이블로 협상장이 옮겨질 경우 정의당이 끼어들 틈은 그 만큼 좁아지게 된다.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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