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소액결제가 많은 일반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수수료 인상을 결국 철회했다. 2012년 개정된 법에 따라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수수료 인상을 통보했으나 관련 업계의 반발과 4월 총선 표심(票心)을 의식한 정치권의 압박에 없던 일로 한 것이다. 원칙 없이 여론에 떠밀리는 카드 수수료 조정이 향후에도 반복돼 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들끓는다.
3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27, 28일 수수료 인상을 통지했던 소액다건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율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소액결제가 많아 비용이 많이 드는 주유소ㆍ약국ㆍ편의점 등이 그 대상이다. 2.5% 인상안을 카드사가 철회하면서 이들 가맹점의 수수료는 기존대로 2.0~2.2%로 유지됐다. 다만 연매출이 늘어 영세ㆍ중소가맹점(연매출 3억원 이하)에서 일반가맹점(3억~10억원)으로 재분류된 사업장은 인상안이 그대로 적용된다.
앞서 지난달 카드사들이 전체 가맹점의 10%인 25만여곳 가맹점(일반가맹점 재분류 사업장 14만여곳ㆍ소액다건 결제 사업장 10만여곳)에 수수료 인상을 통보하면서 카드 수수료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카드사들은 “2012년 개정된 법에 따라 3년마다 적격비용을 재산정한 조치”라고 설명했으나, 관련 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도 잇따라 간담회와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수수료 인상 철회”를 요구했고, 금융당국마저 ‘인하는 아니어도 인상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자 카드사들이 ‘백기 투항’을 한 것이다. 여신금융연구소 관계자는 “수수료 재산정 시기가 돌아오는 3년 뒤에 또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이날 ‘신용카드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 보고서에서 “정부 개입이 계속 확대될 경우 시장원리가 훼손되고 시장 참여자들의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보고서를 쓴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정부ㆍ국회는 가맹점 보호를 목적으로 한 시장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