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풍향계로 통하는 아이오와 주의 인구는 310만 명으로 소도시 수준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옥수수 생산이 주력 산업인 중부의 시골이다. 미국 사회에 어떤 정치ㆍ경제적 영향력도 미치지 못할 법한 지역이지만 4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대선 때만 되면 아이오와는 미국의 이목이 집중되는 ‘핫 스폿’이 된다.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승리한 민주당 후보 8명 중 6명이 대선 후보로 낙점됐고, 공화당도 절반 가까이가 대선 후보가 됐기 때문이다.
아이오와에서는 가끔씩 대반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2008년 무명에 가까운 정치 신인이던 버락 오바마 후보가 대세론에 편승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꺾은 게 대표적이다. 당시 아이오와는 기성 정치판에 질려 변화를 바라는 민심을 대변해 오바마를 선택했고, 파죽지세를 탄 그는 민주당 대선 후보에 지명됐고 대통령에도 당선됐다. 민주당에서 아이오와 코커스 1위를 놓치고서도 대선 후보를 차지한 경우도 1992년 3위를 차지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88년 3위에 그쳤지만 최종 후보를 거머쥔 마이클 듀카키스 정도 밖에 없다.
아이오와 코커스에 참여하는 유권자는 민주ㆍ공화당 각 10만명 정도다. 아이오와 인구의 4%, 전체 미국 인구의 0.4%에 불과한 미미한 수치다. 미국 CBS방송 브라이언 몬토폴리가 “겨우 이정도 숫자에 막대한 영향력을 부여하는 것은 우스꽝스럽다”고 불평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아이오와가 대선의 향방을 가늠하는 이유는 ‘풀뿌리 정치’의 전통을 이어오기 때문이다. 민주당 코커스는 당원들이 한곳에 모여 격론을 벌인 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팻말에 서서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하는 독특한 선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당원들의 정치적 관심은 매우 높다. 이들은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부은 TV 광고가 아니라, 유세 현장에서 후보를 직접 만나기를 희망한다. 이 때문에 후보들은 커피숍과 식당 등을 다니며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는 ‘풀뿌리 선거 운동’을 할 수밖에 없다. 워싱턴 포스트는 “아이오와 시민은 후보자들을 몇 개월 동안 쫓아다니며 그들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시험한다”며 “이를 통해서 ‘끝까지 갈’ 능력을 가진 후보가 누구인지 가려낸다”고 분석했다.
선두 주자에게 언론의 관심과 정치 후원금이 모이는 ‘승자효과’도 후보들이 아이오와에 매달리는 이유다. 역대 대통령 중에는 지미 카터가 아이오와의 기선제압 효과를 톡톡히 봤다. 워싱턴 정계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그는 1년간 아이오와에 공을 들인 끝에 76년 이곳에서 누구도 예상 못한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카터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미국 전역에 이름을 알린 후 대통령에 당선됐다.
물론 아이오와가 미국 전역을 대변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코커스에는 당원들만 참가할 수 있어 실제 민심과 거리가 먼데다가 인구 구성도 백인 위주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아이오와 인구는 백인이 87%에 달하고, 히스패닉 6%, 흑인은 3%로 구성돼 있다. 미국 전체로 백인 인구가 62%, 히스패닉과 흑인이 각각 17%, 12%라는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
특히 공화당에서는 아이오와에서 선두를 차지한 7명 중 대선 최종 대선 후보를 거머쥔 경우가 3번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역사상 아이오와에서 3위 내에 들지 못한 후보가 대선 후보 지명을 받은 경우는 2008년 존 매케인(4위)이 유일해 최소 3위권 안에 들어야 경선을 완주할 수 있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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