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록밴드 후바스탱크의 노래 ‘If I were you’(2006) 가사에는 제목이 여러 번 반복되어 나온다. 캐나다 가수 저스틴 비버의 노래 ‘보이프렌드’(2012)에는 ‘If I was your boyfriend, I'd never let you go.’ 가사가 나온다. 후자는 분명히 가정법 문장이기 때문에 'If I were~'로 고쳐야 하는데 과연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 중에 어법에 맞게 고쳐 부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처럼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는 문장이 어법상 틀린 경우라면 학습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난감해진다.
가정법 문장에서는 ‘If I were ~’가 당연히 옳지만 ‘If I was you, I would call him.’처럼 직설법 조건절에서는 단순 과거형으로 ‘If I was ~’가 가능해진다. 가정법 문장을 ‘If I was ~’로 표현하는 문제를 놓고 원어민들의 갑론을박은 끓이질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일부 교사는 ‘If I was~’는 현실적인 상황이나 조건절에 쓰고 ‘If I were~’는 비현실적이거나 가정의 표현에 쓴다고 강조하지만 문제는 원어민들조차 이를 혼용할 때가 있다는 점이다. 한 가지 사례 중에는 ‘If she was here, she'd be angry with you’ 문장을 놓고 고쳐 쓰라고 하자 미국인 대학생의 상당수는 그녀가 이 자리에 있을 가능성이나 현실성이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에 was를 썼고 나머지 학생들은 그녀가 죽은 뒤라면 아예 불가능한 가정법이 되므로 were를 썼다고 한다. 이런 혼동을 보고 몇 세기 전의 구닥다리 규칙이 21세기에 과연 적합한 규정이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다. ‘누구세요?’(Who is this?)라는 질문에 ‘It is I’라고 말하는 것이 어법상 맞는 것이지만 지금 그렇게 말하는 원어민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물고 이제는 대부분 ‘It is me’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비문법'이라는 비난을 수없이 받다가 절대 다수가 사용하다 보니 이제는 ‘통용성(usage)’의 힘이 ‘규칙(rule)’을 이겨 ‘It is me’가 대세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수용된 것이다.’전통 규정에는 어긋나도 모든 사람이 사용하면 그것이 새로운 규칙이 된다’는 것은 오랜 세월 사용하면 그것이 표준어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대니얼 디포가 그의 책 로빈슨 크루소에서 쓴 ‘If the worse came to the worst, I could but die.’(상황이 더 나쁜데 그것마저 최악이 된다면)란 어구는 사전에 나온 버전 ‘if worst comes to worst’ ‘if the worst comes to the worst’보다는 ‘if worse comes to worst’로 바뀌어야 더 논리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과거의 기준이 지금 다르고 지금 규정에 어긋난 것도 진화와 변화를 거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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