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초,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굴뚝에 올라가 100일 동안 농성했던 금속노조 쌍용자치부 정책기획실장 이창근씨. 그이를 만난 적 있다. 2012년 대선 직전, 문인들이 주관한 낭독회 자리였다. 몇몇 문인들과 그, 그리고 그의 아내가 무대에 올라 대화를 나누며 준비한 글들을 읽었다. 꽤 큰 공연장이었는데, 거의 만석이었다. 분위기는 진지하고 심각했으나 빡빡하거나 답답하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감동적이었다. 절정은 이창근 씨 부인의 편지였다. 딴에 내로라하는 동료 문인들이 옆에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그들의 말은 허약하게 들렸다. 심장에서 바로 꺼낸 말. 육체에서 자연 발화했음에도 감정에 함몰되지 않고 세계의 부조리와 자신의 삶을 냉철하게 투사해 가차 없이 진동하는 말. 분노와 사랑과 슬픔이 단단하게 용해되어 진심을 또렷이 들여다보게 하는 말. 그 또랑또랑한 토로에 어딘가를 찔린 듯해 난망해했던 기억이 아직 또렷하다. 정신이 번쩍 들기도, 만성이 된 안일함에 대한 자각이 기껍기도 했었다. 벌써 만 4년 전 일. 아직 그들의 슬픔과 분노는 해갈되지 않았고 고통은 지속된다. 말의 허망함과 무모함 따위에 체기를 느끼는 요즘 그때가 자꾸 떠오르곤 한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과연 마음의 뿌리에서부터 울리는 말들로 서로를 대하고 있는가. 적확한 사랑의 말, 분명한 자신만의 진심을 선명히 표현하고 있는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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