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보안시스템이 또 뚫렸다. 20대 베트남 남성이 29일 오전 입국장에서 환승 대기 중 국내로 밀입국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중국인 30대 부부가 출국장 출입문을 뜯어내고 밀입국한 지 8일 만에 벌어진 또 한 번의 보안사고여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이날 오후 입국장 화장실에선 폭발물 의심 물체가 발견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입국장 게이트 열고 또 손 쉽게 밀입국
29일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와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베트남인 A(25)씨는 베트남 하노이공항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고 이날 오전 4시 57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 10분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으로 출발하는 같은 항공사 비행기를 예약한 상태였다.
하지만 탑승시간이 다 됐는데도 A씨가 나타나지 않자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10시 35분쯤 인천공항출입국사무소에 신고했다. 이 항공편은 A씨의 짐을 모두 내린 뒤 오전 10시 50분쯤 출발했다.
신고 후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가 공항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한 결과 A씨는 이날 오전 7시 24분쯤 인천공항 2층 입국장 자동출입국심사대 게이트를 강제로 열고 밀입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공항출입국사무소가 운영하는 자동출입국심사대 주변에는 보안경비 근무자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게 A씨의 밀입국 사실을 파악한 출입국사무소와 경찰 등 보안 당국은 A씨가 계획적으로 밀입국한 것으로 보고 행방을 쫓고 있다.
허망한 보안 강화 약속에 폭발물 소동도
게다가 29일 오후 4시 30분쯤 인천공항 C입국장 인근 남자 화장실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공항에 한때 긴장감이 돌았다. 경찰 특공대와 폭발물처리반이 투입돼 화장실 내부를 수색해 발견한 종이상자를 해체한 결과 부탄가스 2개, 라이터, 기름통, 생수통 등이 들어있었다. 뇌관, 폭약 등 폭발물로 의심될 만한 장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 인화성 물질로 판단되지만 만약을 대비해 과학수사대에서 정밀 감식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C입국장 인근 CCTV 영상을 확인해 해당 종이상자를 가져다 놓은 인물을 찾고 있다.
앞서 지난 21일엔 중국인 30대 부부가 인천공항의 허술한 보안 망을 뚫고 국내에 밀입국한 사실이 공개돼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당시 이 부부는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3층 면세구역에서 출국심사대와 보안검색대를 거쳐 출입문을 강제로 뜯어내고 국내로 잠입했다가 나흘 만인 25일 체포돼 구속됐다.
이후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은 출입국 보안 조치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밀입국 사건 후 채 열흘도 지나지 않아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하면서 보안망 전체를 재점검하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한달 넘게 공석 중인 상황도 인천공항 운영상 해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 속에 국토교통부는 이날 정일영 전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하고 대통령에 임명을 제청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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