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300억유로(약 39조2,500억원) 규모의 ‘돈 보따리’를 풀었다. 17년간 서방에 봉쇄됐던 이란이 본격적으로 서방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로하니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를 포함한 20여건의 대규모 계약에 합의했다. 에어버스 구매에 229억2,900만유로를 비롯해 전체 계약 규모는 300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관심을 모은 건 이란의 항공기 구매다. 이란은 그간 서방의 경제 제재로 항공기 구입에 제약을 받아 500여대의 교체 수요가 있는 상태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번에 프랑스에 본사가 있는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에서 118대의 항공기를 구매키로 했다. 이는 1979년 혁명 이래 최대 규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구매 목록에 ‘하늘을 나는 호텔’로 불리는 초대형 기종 A380이 12대나 포함된 점을 들어 “그간 존폐의 갈림길에까지 섰던 에어버스의 슈퍼점보기 사업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고 보도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또 서방 자동차 업체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자동차 업체 PSA 푸조 시트로앵의 이란 진출도 허용했다. 푸조는 이날 이란 자동차업체 코드로와 향후 5년간 4억유로(약 5,300억원)를 투자해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계약했다. 푸조는 현지 합작법인에서 내년부터 매년 2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프랑스 석유회사인 토탈이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로부터 하루 15만~20만배럴의 원유를 공급받는 내용의 양해각서에도 서명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심지어 프랑스 기업이 이란 땅 25㏊(25만㎡)를 개발해 연간 9,000톤의 토마토를 생산한다는 계약까지 맺었다. 로하니 대통령은 올랑드 대통령이 핵 합의 준수를 강조하는 와중에도 “양국간 쓰라린 시대를 접고 새로운 관계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로하니 대통령은 이탈리아 방문에서 고속철 건설 계약 등 170억유로(약 22조2,400억원)의 선물 보따리를 안겨줬다.
한편, 이란 측은 프랑스에 양국 정상이 오찬을 할 때 이슬람 정상을 위한 외교관례에 따라 포도주를 빼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프랑스 측이 자국 전통인 포도주를 뺄 수 없다고 맞섬에 따라 양측은 최종적으로 식사 없이 면담 일정을 오후로 늦춰 정상회담과 계약 체결 행사를 진행했다.
양정대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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