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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내부자들'의 부당거래 의혹

입력
2016.01.2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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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로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매일 갈아치우고 있는 ‘내부자들’(‘내부자들: 디 오리지널’과 합산 관객 909만8,963명ㆍ28일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부당거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극장과 적절치 못한 상영 계약을 맺어 흥행 수치를 인위적으로 높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시장질서를 어지럽혔다는 비판도 충무로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내부자들’은 지난 12월 31일 감독판에 해당하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을 개봉했습니다. ‘내부자들’이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로서는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자 상영시간 50분을 늘린 새로운 ‘내부자들’을 ‘신장개업’ 형식으로 내놓았습니다.

먼저 세상에 나온 ‘내부자들’(707만1,952명)처럼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202만7,011명)은 관객들의 애정 속에서 놀라운 흥행 기록을 세웠습니다. 확장판 또는 감독판으로서는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 26일에는 200만 관객 고지를 점령했습니다.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흥행몰이에 힘입어 ‘내부자들’은 ‘친구’가 14년 동안 보유하고 있던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바꾸었습니다. ‘내부자들’의 흥행 이변을 어떻게 볼 것인지 두고 여러 분석들이 나왔죠.

그런데 최근 영화계에선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을 둘러싼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극장들에게 상영 조건으로 1대9의 수익 분배 제안을 했다는 지적입니다. 보통 한국영화는 제작사와 투자배급사가 극장과 수익을 나눌 때(영화계에서는 부율이라고 표현) 5대5를 원칙으로 합니다. 외화에 대한 부율은 6대4로 수입사와 투자배급사가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수도권에서의 한국영화 부율은 5.5대4.5로 조정됐습니다. 제작사와 투자배급사가 영화 티켓 판매 비용 중 55%를 가져가는 것이지요. 하지만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이런 관례를 깨고 수익 중 10%만을 갖겠다고 자청했다는 것입니다. 충무로에선 이미 소문이 파다하고 극장에서도 1대9 수익 분배를 인정하고 있으나 ‘내부자들’의 투자배급사 쇼박스는 공식적으로 뭐라 말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쇼박스 제공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쇼박스 제공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쇼박스가 돈을 적게 가져가겠다고 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내부자들’을 이미 많은 관객이 봐 스크린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꾀를 낸 것일 수 있습니다. 극장 입장에선 ‘중고 영화’라 해도 자신들 수익이 늘어날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미 관객들이 호감을 드러낸 영화이니까요.

당사자가 시장 확대를 위해 수익 감소를 감수하겠다는데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과 비슷한 시기 개봉한 신작들 입장에선 부당거래로 여길 만합니다. 자신들이 차지할 스크린을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 덤핑을 자처하며 가져간 것이라 비판할 만한 상황입니다. 쇼박스가 대목인 연말연시 선보일 새 영화가 없었다는 점,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흥행 기록을 깨고 싶은 욕심을 낼 시점이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덤핑 판매’ 의혹이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습니다. 쇼박스가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를 연 뒤 우민호 감독과 주연배우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이 참석하는 기자간담회를 이례적으로 진행한 점도 의혹에 무게를 두게 만듭니다. 감독판 또는 확장판 영화에 이토록 마케팅 역량을 쏟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영화계 관계자들은 1대9 수익 분배는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개탄하고 있습니다. 나쁜 사례를 남겼다는 날 선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화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수익 분배에 이른바 ‘슬라이딩 방식’을 활용해 왔습니다. 영화가 상영된 지 오래될수록 제작사와 투자배급사가 가져가는 수익을 점차 줄이는 방식입니다. 영화를 오래 상영하면서 제작사ㆍ투자배급사와 극장이 서로의 이익을 도모하자는 의도가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1대9 수익 배분은 극단적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물론 1대9 수익 배분만으로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흥행을 낮게 평가할 수 없습니다. 수익률이 아무리 높다 해도 관객이 외면하는 영화를 극장들이 지속적으로 상영할 순 없기 때문입니다. 개봉 다음주 상영관이 오히려 늘었다는 점은 이 영화가 지닌 온전한 힘을 방증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덤핑 혐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들리는 말로는 극장 쪽은 쇼박스가 1대9 수익 배분을 제안하자 당황했다고 합니다.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 상품성이 충분히 있는데 제작사ㆍ투자배급사가 굳이 수익 감소를 자처한 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였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은 대작 ‘히말라야’와 ‘대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흥행전선이 지지부진하던 때였습니다. 극장으로서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제안에 속으로 쾌재를 부를 만도 했습니다.

‘내부자들’은 한국 사회 상층부의 검은 결탁을 고발하는 영화입니다. 끼리끼리 몰래 뭉쳐 권세와 영화를 누리며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부당한 권력에 칼을 겨눠 관객들의 갈채를 받았습니다. 상업영화라고 하나 사회성 짙은 작품이라 언론과 평단의 호평도 잇달았습니다. 다른 영화도 아니고 ‘내부자들’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태를 보였다면 뒷맛이 더 씁쓸할 수밖에 없습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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