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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병원은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돈 쓰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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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병원은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돈 쓰는 곳”

입력
2016.01.2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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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서울시동부병원장은 "고령화 사회로 옮겨 갈수록 공공의료가 절실하게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김현정 서울시동부병원장은 "고령화 사회로 옮겨 갈수록 공공의료가 절실하게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공공의료가 무엇인지 질문을 받으면 ‘화개장터’를 개사한 저희 병원 주제가로 대신합니다.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공공의료.”

김현정(49) 서울특별시동부병원장은 “환자에게 귀 기울여주고 불필요한 검사와 수술을 권하지 않으며 환자에게 바가지 씌우는 일도, 임상시험도 하지 않는 것이 공공의료”라며 이렇게 말했다.

동부병원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의료기관이다. 수익보다 공익을 우선으로 하는 탓에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 지난해 4월 병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공공의료에 대해 품었던 생각들을 하나씩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시작했는데, 몇 년 내 바뀌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 때문에 단박에 해내기는 어렵겠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수익을 내기 어려운 공공병원의 한계가 그 문제의 중심에 있다. 홍준표 경상남도지사가 2013년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면서 들었던 가장 큰 이유가 적자 누적에 따른 경영난이었다.

김 원장은 “병원장이 된 후 병원의 개념부터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병원은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돈을 쓰는 곳’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병원은 안 되겠지만 공공병원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분 진료’로 끝내는 게 아니라 환자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쓸데없는 검사나 수술 같은 과잉진료를 하지 않는 공공의료의 모델을 우리가 보여주면 좋겠다 싶었어요.”

우리나라 공공의료 비중은 병상 수 기준 10% 미만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김 원장은 “공공의료가 필요한 이유는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라며 “가장 이타적인 것이 가장 이기적이라는 말처럼 소외계층을 챙기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무너져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장 공공병원을 많이 늘리기는 어렵겠지만 공공의료 비중을 최소한 10%는 넘겨야 하고 공공병원에 정부나 지자체의 투자를 늘리거나 민간의 후원을 활성화해 공공병원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의료 비중 확대는 고령화 시대에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김 원장은 “노인이 되면서 빈곤에 빠지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공공의료가 나서서 건강 수명을 늘리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공공의료는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에서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의료로 확장돼야 한다. 김 원장이 추구하는 공공의료는 그래서 특정계층의 건강이 아닌 “공동체의 건강”이다.

국내 1호 여성 정형외과학 대학교수인 김 원장은 2012년 과잉의료가 판치는 의료계의 맨 얼굴을 드러낸 ‘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를 펴내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의료계에 관해 세 권의 책을 더 썼다. “처음에는 다른 의사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준 데 대해 고맙다는 말도 듣게 됐습니다. 제가 공공의료에 힘을 쏟는 건 사명감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제가 마음이 끌리고 즐거우니까 하는 거죠. 공공이 시대정신이 될 것이고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더욱 커갈 것입니다. 공공으로 가지 않으면 우리 모두 공멸할 테니까요.”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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