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 당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추가 도발에 나설지에 우리 당국의 정보력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 논의가 지지부진한 틈을 타 북한이 기습적으로 선제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어차피 받는 제재라면 미사일까지
북한이 4차 핵실험 이후 미사일 발사에 나설 것이란 시나리오는 일찍부터 예고됐다. 이달 6일에 단행된 4차 핵실험은 ‘미사일 발사 이후 핵실험’ 이란 과거 3차례의 패턴과 다른 모습을 보였지만, 단지 순서만 바뀌었을 뿐 ‘패키지 도발’은 유지할 것이란 점에서다. 완결된 형태의 핵무기를 갖추기 위해선 핵실험 등을 통해 핵탄두를 개발하는 것과 동시에, 이를 적진에 실어 보낼 수 있는 투발 수단, 즉 로켓 실험이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시기였다. 과거 3차례 핵실험 도발에 견줘보면, 북한은 일단 미사일로 저강도 도발을 예고한 뒤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 또는 성명을 발표하면 이에 맞대응 성격으로 보란 듯이 핵실험에 나섰다. 국제사회 제재가 부당하다는 항거용 성격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고강도의 핵실험을 먼저 터트린 만큼 미사일 발사는 더 이상 변수가 아니란 분석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어차피 유엔 제재는 미사일을 쏘든 안 쏘든 나오는 상황인데, 북한 입장에선 핵 무기를 날려보낼 수 있는 미사일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게 중요하지 시기는 문제가 안될 것”이라며 “도리어 제재 전에 발사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가 핵실험은 물론 탄도미사일 발사도 금지해 추가 제재가 불가피한 만큼 아예 ‘원샷 제재’를 받자는 계산을 했을 것이란 얘기다.
다만, 안보리 제재가 논의되는 와중에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북한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과 러시아도 마냥 편 들어주기 부담스러운 것은 변수다. 이 경우 제재 강도가 예상보다 강해질 수 있다. 더구나 중국으로선 북한 핵실험보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계(MD)가 동북아에 구축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미사일 발사 징후와 상관없이, 북한이 유엔 제재 이후 명분을 쌓은 뒤에 장거리미사일 발사 도발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과거처럼 일단 안보리 제재 결의안을 보고 명분을 쌓은 뒤 반발 성격으로 3월쯤 나설 수 있고, 5월 당대회를 앞둔 만큼 축포 성격으로 4월로 늦춰 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인 2월 16일 전후 ‘기념일 도발’에 나서 내부 결속 목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위협 과시, 몸 값 높이기 위한 전략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핵 무기 개발 능력을 과시해 향후 협상 국면에서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개량된 형태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 이외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한다면 은하 3호보다는 큰 것을 발사하거나, SLBM의 베이스가 되는 무수단 계열의 중거리 미사일의 지상발사 시험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번 4차 핵실험 직전에도 SLBM 수중 사출시험에 나섰다는 점에서 ‘SLBM 도발 ? 핵실험’이라는 새로운 패턴으로 무력 과시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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