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8회 연속 올림픽 축구 본선에 진출한 한국과 6회 연속의 일본이 아시아 정상을 가린다.
신태용(46)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한국축구대표팀은 30일(한국시간) 오후 11시45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우승을 놓고 격돌한다.
나란히 올림픽 출전이라는 1차 목표는 달성했지만 ‘한ㆍ일전’이라는 타이틀이 걸린 만큼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28일 기자들과 만과 “무조건 이긴다”고 각오를 다졌고, 데구라모리 마코토(49) 일본 감독 역시 “어차피 마지막은 한국”이라며 “아시아 넘버원이 된다는 것만 생각한다”고 맞섰다.
한국은 올림픽대표팀간 역대 전적에서 일본에 6승 4무 4패로 앞서 있다. 특히 최근 전적에서 우위를 점해 고무적이다. 2012 런던올림픽 3∼4위전에서 일본을 2-0으로 이겼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 8강전에선 1-0으로 승리했다. 신태용호의 직속 선배들이 일본을 제물 삼아 올림픽 첫 축구 동메달을 따낸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승리는 장담 못한다. 당장 한국은 공격의 축인 황희찬(20ㆍ잘츠부르크)이 급작스러운 소속팀 복귀로 결승전을 뛸 수 없게 됐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5경기 동안 12골을 넣었고 2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한국은 12득점 3실점이다. 팀 득점 공동 1위에 최소 실점은 각 1, 2위로 수치상 박빙이다. 경기 내용으로도 닮은꼴이다. 두 나라 모두 스페인식 빠른 패스를 주고받으며 중앙을 장악하고 점유율을 높여가는 축구를 지향한다.
비슷한 팀 컬러끼리의 대결에선 결국 체력과 정신력이 승부를 좌우할 요소다. 강한 압박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체력과 투지, 이를 뒷받침할 정신무장이 가장 중요해지는 까닭이다. 신 감독은 “나는 개인적으로 선수 시절 일본에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무조건 이긴다는 정신으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신태용호가 경계해야 할 부분은 일본식 ‘토탈 사커’다. 일본은 특정 골잡이에게 기대지 않고 선수 전원이 득점 능력을 갖췄다는 게 장점이다. 이번 대회에서 무려 9명이 12골을 합작했다. 비결은 강하고 정교한 킥으로, 대부분 선수들이 뛰어난 중거리슛 능력을 과시했다. 반면 한국의 12골은 5명(권창훈 4, 문창진 4, 류승우 2, 김현 김승준 각 1골)이 함께 넣었다.
신태용호는 변화무쌍한 전술로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각오다. 황희찬이 빠져 변수이지만 권창훈(22ㆍ수원)-문창진(23ㆍ포항)-류승우(23ㆍ레버쿠젠)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는 여전히 위력적이다. 상대 수비 뒷 공간을 침투해 들어가는 유기적인 플레이가 일본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다. 즉 전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삼각편대의 활약이 일본축구를 깰 실마리로 보인다.
한편 신 감독은 이날 일본 취재진 앞에서 훈련을 공개하면서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평소 한국의 훈련장에는 10명도 되지 않는 한국 취재진이 모였지만 이날은 일본 취재진 30여명이 몰려 상당히 붐비는 상태였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한ㆍ일전이라고 긴장하면 오히려 실력이 안 나올 수 있어. 기자들이 지켜보니까 더 재미있게 즐기면서 훈련을 하자”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한ㆍ일전에 대해선 “머리 안에 구상이 다 돼 있다”고 웃음을 지었다. 정재호기자 kem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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