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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 품은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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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 품은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급물살

입력
2016.01.2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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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보유 지분 37.45% 전량 매입키로…자사주 300만주도 함께 매입

금융끼리 뭉쳐 시너지 크긴 한데, 금융지주사 전환까지는 갈길 멀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가 보유 중인 삼성카드 지분 전량 사들이며 1대 주주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비핵심 분야를 정리해 사업 효율화에 나서고, 삼성생명은 삼성카드와의 금융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금융 계열사 지분을 삼성생명에 몰아줌으로써 향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생명은 28일 오후 이사회를 열어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45%(4,339만주)를 시간외거래로 전량 인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취득단가는 주당 3만5,500원으로, 전체 인수금액은 약 1조5,400억원이다.

삼성생명은 지금까지 삼성카드 지분 34.41%(3,986만주)를 보유한 2대 주주였으나 이번 추가 인수를 통해 지분 71.86%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삼성생명은 이에 더해 29일부터 3개월 동안 총 300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이는 전체 주식의 1.5%로, 금액으로는 3,000억원 가량에 달한다. 앞서 삼성전자도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보유 중인 삼성카드 지분을 삼성생명에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업계에선 이번 지분 조정이 삼성생명이 삼성의 금융계열사를 총괄하는 금융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회사의 지분 30% 이상을 확보하고 1대 주주 지위에 올라야 한다. 삼성생명은 또 다른 금융계열사인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의 지분을 각각 14.9%, 11.1%를 보유한 1대 주주며, 삼성자산운용의 지분도 100%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카드의 1대 주주가 되면서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에 한층 가까워진 것이다.

특히 이번 의결은 작년 말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의 잇단 자사주 매입과도 연결돼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10월 총 5,320억원을 들여 자사주 166만주를 취득했고, 삼성증권 역시 1,188억원을 투입해 자사주 245만주를 매입했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는 자사주 보유율을 12.43%에서 15.9%로, 삼성증권은 5.51%에서 8.71%로 각각 늘렸다.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지분을 각각 14.98%, 11.14% 보유한 삼성생명이 두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자사주만 인수하더라도 지분율은 각각 30.91%, 19.85%로 높아지게 된다. 향후 삼성증권 지분만 추가로 10% 가량 더 사들이면 금융지주사 요건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공인재무분석사(CFA)는 “당장은 아니라도 점진적으로 금융지주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국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중간금융지주사법)이 통과돼야 한다. 현행법은 일반 지주사가 금융 계열사를 자회사를 두는 것이 금지돼 있지만, 개정안은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통해 금융 계열사를 손자회사로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 지분을 19.34%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그리고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사로 전환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보유하고 있는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대거 처분해야 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1%다. 금산분리에 따라 이 지분을 5% 아래로 떨어뜨려야 하는데, 그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제3자에게 파는 것이 쉽지 않다. 그룹 내에서 이 지분을 소화하려면 인수자금이 3조원 이상 필요하다. 이병건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배구조 개편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신라호텔, 에스원 등의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며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무관하게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카드 3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자ㆍ금융ㆍ바이오 분야에 경영자원을 선택적으로 집중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진행중인 삼성그룹으로서는 삼성전자의 비핵심 분야인 삼성카드 지분을 처분하면서 전자에 집중할 자본을 확보할 수 있고, 금융계열사 간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도 “삼성전자의 자산 효율화, 삼성생명의 시너지 강화 등 양쪽의 이해가 맞물린 결과일 뿐,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아직까지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에서 무성하게 제기됐던 삼성그룹의 삼성카드 대외 매각설도 삼성생명으로 카드를 넘기는 것으로 불식시켰다는 평가다. 실제 이날 증시에서는 삼성생명(11.51%)과 삼성카드(10.41%) 주가가 동반 급등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송옥진기자 cli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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