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으로 알려진 ‘조현병(Schizophrenia)’이 특정한 유전자 때문에 발병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연구에서 조현병이 유전적 원인으로 발병한다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정확히 어떤 유전자가 영향을 끼치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외신들은 치료 및 예방의 혁신적 발전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27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최근 미 하버드대 의과대학과 보스턴소아병원,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공동연구진은 뇌의 시냅스(신경세포의 접합부분)를 더욱 많이 파괴하도록 이끄는 특정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일수록 조현병에 쉽게 걸린다는 가설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관련 논문을 이날 발간된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게재했다. WP는 “조현병의 블랙박스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두뇌가 성숙하면서 불필요해진 뇌신경을 솎아내는데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 피질에서 이 작업이 과도하게 진행될 경우 조현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른바 ‘신경망 가지치기(Synaptic pruning)’라 불리는 이러한 과정이 C4로 불리는 변종 유전자가 생산하는 단백질 C4-A에 의해 촉진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22개국 조현병 환자 2만9,000여 명 등 총 6만4,000여 명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보스턴소아병원의 신경과전문의 베스 스티븐스 등 연구진은 “C4 유전자가 뇌신경들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파괴 시그널을 보낸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라며 “미스터리의 영역이었던 조현병이라는 상자를 열어 그 안을 만져볼 수 있게 해준 중요한 연구결과이다”고 말했다.
조현병의 발병 인자를 확인한 만큼 치료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영 일간 가디언은 “조현병 초기 증세가 나타나면 신경망 가지치기를 촉진하는 해당 유전자를 제어해 신경망 파괴 속도를 늦추는 치료법이 개발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WP도 “이번 연구는 조현병 정복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치료제와 예방법을 상용화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높아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신경망 가지치기가 매우 섬세하게 이뤄지는 시스템이어서 이를 투약으로 간섭하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치료법 개발이 손에 잡힐 정도로 가까워졌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남효정 인턴기자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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