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에서 1년간 거행하는 제사 수는 정조 대를 기준으로 할 때 347건에 달했다. 하루에 0.95번꼴로 제사를 치른 셈이다. 여기에는 선농단(농사짓는 법을 인간에게 가르쳤다고 일컬어지는 고대 중국의 제왕인 ‘신농씨’와 ‘후직씨’에게 치르는 제사), 선잠단(누에농사의 풍년을 빌며 드리는 제사), 우사단(비를 빌어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 등 여러 제사가 포함되지만, 조상에게 치르는 속제(俗祭)만 따져도 225건에 이른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조선시대 다양한 왕실의 제향을 살피고, 그 변화 과정을 통해 조선 후기 왕실문화의 성격을 밝힌 책인 ‘조선 왕실의 제향 공간-정제와 속제의 변용’(이욱 지음)을 냈다고 28일 밝혔다.
이 책을 보면 조선 후기로 갈수록 너무 많은 제사를 버거워했던 것으로 나온다. 국가 제향이 늘어나면 이를 수행할 제관이 더 많이 필요해지는 것도 골칫거리였다. 예컨대 가장 큰 제삿날인 한식에는 120여명의 제관을 일시에 파견해야 했다. 정조 대에 종묘 개혁을 시행한 것이나 고종대 제관 차출 방식을 바꾼 것은 공무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제향의 권위를 유지하려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책은 “제사는 그 자체가 공경한 것이 아니라 개혁과 변화 속에서 그 가치를 지켜온 것”이라며 “자신에게 귀중한 가치를 타인과 공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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