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풍향계가 될 아이오와 코커스(2월 1일)를 앞두고 민주당의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과 각축을 벌이며 선전 중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전격 회동했다. 사실상 클린턴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오바마 대통령이 샌더스 의원을 만나 ‘중립’을 언급함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 지지자들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샌더스 쪽으로 기우는 모습을 연출할 수도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샌더스 후보는 45분 동안 오바마 대통령을 비공개 회동한 후 기자들과 만나 “만남이 긍정적이고 건설적이었다”라며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은 민주당 경선 레이스에서 공명정대 하려고 최대한 노력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1기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클린턴 후보를 그동안 ‘후계자’로 밀고 있다는 항간의 추측을 부인한 것이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며칠 전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클린턴 후보에 대해 “부통령 출신이 아니면서 대통령을 열망했던 누구보다 더욱 경험이 많은 그가 집권 첫날부터 국정운영을 잘 할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샌더스 후보는 “이번 만남에서 폴리티코 인터뷰와 관련된 대화도 나눴다”라며 “나는 오바마 대통령이 클린턴에 기울었다는 관측을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이번 백악관 만남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클린턴 후보를 선호한다는 관측을 반박하고 ‘중립’임을 선언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회동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여전히 클린턴 후보를 가장 이상적인 후계자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행정명령을 통한 총기규제 강화 등 오바마 정부의 업적을 가장 잘 이어받을 인물이 클린턴 후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샌더스 후보는 과거 총기제조업자의 면책을 옹호하는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등 총기규제에 있어 오바마 대통령과 뜻을 함께 한다는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얼마 전 “총기규제에 관한 상식을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 대해 지지를 유보한다”고 한 말은 다름 아닌 샌더스 후보를 겨냥한 것이란 추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AP통신은 백악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과 샌더스 후보의 정치적 노선이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라며 “샌더스 후보는 정치에 접근하는 방식이 오바마 정부 인사들과 매우 다르다”고 보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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