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6년 만의 그라운드 복귀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풍운아’ 이형종(27ㆍLG)의 손에 쥐어진 건 시속 150㎞를 넘게 뿌렸던 공과 글러브가 아닌 방망이다.
이번 전지훈련은 야수 변신 2년 만에 참가하는 첫 1군 무대다. 부상 회복 후 2군에 머물던 2014년 말부터 타자 전향을 시도한 이형종은 지난해 2군에서 39경기에 출전, 타율 3할1리에 13타점, 5도루를 기록했다. 가능성을 확인한 양상문 LG 감독은 이형종을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시킬 만큼 기대를 걸고 있다.
이형종은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그가 LG 유니폼을 입고 거둔 성적은 2010년 2경기에 등판해 1승이 전부다.
서울고 재학 중인 2007년 대통령배 광주일고와의 결승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맞은 뒤 눈물을 흘려 ‘눈물의 왕자’라는 별명을 얻었던 이형종은 2008년 신인 1차 지명으로 계약금 4억3,000만원을 받고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입단하자마자 오른 팔꿈치 부상으로 2년간 개점 휴업했고, 2010년 프로 첫 승을 거두며 부활하는 듯했지만 팔꿈치 통증이 재발한 과정에서 구단과 갈등을 일으켰다. 결국 팀 훈련에서 이탈한 뒤 야구를 그만두겠다는 뜻을 구단에 전하고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됐다.
이후 이형종은 팔꿈치 인대 접한 수술을 받은 뒤 한 동안 야구와 멀어져 지내면서 한 때 골퍼 변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골프 채를 잡은 지 6개월 만에 세미프로대회에 나가 78타를 쳐 천부적인 소질이 화제가 됐다. 커트라인인 77타에 1타 차로 떨어졌다. 마땅한 벌이가 없던 그는 갖은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연명하다가 결국 마음의 고향인 야구장으로 돌아가기로 마음 먹은 건 2011년 말이었다. 김병곤 전 LG 트레이너가 개원한 트레이닝센터에서 몸을 만들기 시작했고,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마치고 달라진 몸과 마음으로 구단에 백의종군했다. 이에 LG는 2013년 임의탈퇴 신분을 해제해 이형종을 다시 받아들였다.
하지만 고질적인 팔꿈치 부상 후유증 끝에 타자로의 변신을 야구 인생의 마지막 승부수로 던진 것이다.
이형종은 미국으로 출국 전 “생각보다 (타자 전향) 성과가 좋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투수를 할 때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것에 집중하면서도 호수비를 해 주는 타자들이 고마웠다. 역할이 바뀌었으니 이제 나도 투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면서 수비에 더욱 주안점을 둘 뜻을 밝혔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