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태용 감독 /사진=KFA 제공
신태용(46) 감독이 역대 최약체라는 혹평을 듣던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을 2016 리우올림픽으로 이끌었다.
신태용호는 2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결승전에서 개최국 카타르를 3-1로 누르며 세계 최초 8회 연속 올림픽 진출의 금자탑을 쌓았다.
사실 신 감독은 뜻하지 않게 지휘봉을 잡았다.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었던 이광종(52) 감독이 지난해 2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으면서다. 급작스럽게 팀을 추슬러야 했음에도 신 감독은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았다. 전임 이광종이 뿌리고 간 '씨앗'들을 밑거름으로 핵심 선수들에게 자신만의 축구 색깔을 덧댔다. '이광종호의 황태자'로 불리던 문창진(23·포항)에 새 얼굴 권창훈(22·수원)-황희찬(20·잘츠부르크)-류승우(23·레버쿠젠)를 추가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게 좋은 예다.
구색을 갖춘 신 감독이 부임 후 제일 먼저 강조한 대목은 '소통'이다. 그는 올림픽 팀을 맡은 뒤 "즐겁고 재미있게 이기는 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젊은 감독답게 어린 선수들과 잘 어울렸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훈련 과정에서 생기는 고민과 문제점을 스스럼없이 털어놓게 하고 해결책을 같이 고민했다. 그러자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동화돼 갔다. 그 증거가 호칭이다. 어린 선수들은 신 감독과 코치들은 언제부터인가 선생님의 줄임말인 '쌤'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하게 소통이 되면서 선수들의 의식도 감독이 원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신태용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너무 조용한 경향이 있다"며 "마음가짐을 바꾸고 싶다. 때론 자유분방하게 원하는 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런 색채들은 고스란히 현 대표팀의 경기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대화와 소통은 궁극적으론 신 감독이 지향하는 공격축구로의 연결점이었다. 볼 터치를 최소화한 스페인식 패스 축구로 개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감독과 선수간의 활발한 의사소통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은 부임 때부터 "한국도 화끈하고 경쾌한 축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당당하게 밝혀왔다. 그 속에는 선수들과 공(패스)의 움직임 모두가 앞을 향하도록 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실제 신 감독은 의미 없는 횡패스와 백패스를 금지하고 전진패스만을 줄기차게 강조했다. 풀백에게는 적극적인 윙 플레이를 요구했고 중앙 수비수들에게도 공격 전개 시 참여를 지시했다. 이런 주문을 선수들이 빠른 시간 내에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몸에 익힐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 감독의 리더십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소통하는 리더십만 돋보였던 건 아니다. 이번 최종예선 내내 연출된 변화무쌍한 '팔색조' 전술은 상대의 허를 찌르기 일쑤였다. 최대 고비였던 강호 카타르와 4강전이 가장 좋은 예다. 그동안 공격 일변도의 전술에서 갑자기 수비를 강화하는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와 상대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 결과 기세가 등등하던 카타르의 예봉을 무력화시킨 뒤 후반 몰아치기로 침몰시켰다.
꾀가 넘치는 여우같았다. 신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그라운드의 여우'로 통했다. 감독으로서도 이런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걸 증명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카타르전 뒤 "신 감독 스스로가 파격이라는 단어를 썼던 3-4-3이 주효했다"며 "신태용의 전술적인 승리"라고 남다른 지략을 높이 평가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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