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파행에 “교육청 예산 즉각 편성” 장외 선전으로 일관
“교부금 삭감 앞두고 책임론 부각” “총선 겨냥 여야 대결 부추겨” 해석 분분
황교안 국무총리(22일 경기도 유치원),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22일 서울 서초구 어린이집),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22일 서울 양천구 어린이집),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26일 서울 강서구 유치원)….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파행을 맞아 총리 이하 주무부처 장관들이 보육현장에 총출동하고 있다. 한결같이 서울 및 경기 지역 보육기관을 찾아 “지방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즉각 편성해야 한다”는 강경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협상 파트너인 교육청을 설득하기보다 ‘장외 선전’에 주력하고 있는 정부의 의도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27일 교육계 등에선 정부의 이같은 현장 중심 행보가 향후 교육청에 대한 강경 조치를 염두에 둔 대국민 여론전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누리과정 예산으로 용도를 못박는 법 개정 작업을 추진하고,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지역에 내년도 교부금 액수를 삭감하겠다는 공언을 이행하기 앞서 유치원 원장과 학부모 등을 만나 ‘교육청 책임론’을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누리과정 파행을 진보 교육감 탓으로 돌리며 여야 대결구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이날 “정부의 누리과정 예산 추경계획 제출 요청에도 불구, 일부 시·도교육감들이 누리과정 예산 논란을 해소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아이들의 교육·보육권을 침해하고 학부모와 보육기관 관계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행위”라고 재차 강도높게 비난했다. 누리과정 예산 2개월치만 우선 편성하려는 일부 교육청과 지방의회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12개월치 예산을 전액 편성하라”고 압박했다.
정부는 한편으로는 여야 합의로 편성된 목적예비비(3,000억원)를 강온 전략의 무기로 삼고 있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했거나 편성계획을 제출한 6개 시도 교육청(대전 충남 세종 경북 대구 울산)에 이르면 다음주 예비비를 우선 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충남처럼 지방의회의 반대로 예산안 통과가 불투명한 지역이라도 교육청이 예산 편성 의지를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우군’으로 삼은 것이다. 이같은 회유책에 시도교육청 간 미묘한 분열 기류도 감지된다. 26일 박 대통령의 누리예산 미편성 질타 발언의 직접적 표적이 된 서울, 경기 지역 교육청은 이에 대한 대응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일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협의회는 결국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정부가 일사불란한 ‘장외 대응’ 방침을 고수하면서, 취임 당시 대화를 통한 누리과정 문제 해결을 공언했던 이준식 부총리의 입지도 좁아진 상황이다. 이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시도교육청 부교육감 회의에 참석해 “누리과정 지원은 교육감의 의지와 결단에 달린 문제”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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