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숨(42)씨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다룬 장편소설 ‘한 명’을 다음 달부터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한다. 지금까지 한국 문단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다룬 소설은 윤정모 작가의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 등이 있었다.
지난해 단편 ‘뿌리 이야기’로 이상문학상을 받은 김숨 작가는 그 소설에서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등장시키며 관심을 표시했다. 작가는 “오랫동안 쓰고 싶었던 주제”라며 “그러나 민감한 이야기인 데다가 역사적 사실이 밑바탕이 돼야 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지난해 여름 자연스럽게 제목이 떠오르면서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설 주인공은 70여 년 전 열세살의 나이에 대구에서 만주로 끌려간 위안부 할머니다. 정부에 등록되지 않은 위안부 피해자인 그는 생존 할머니가 한 명 남았다는 소식을 뉴스로 전해 듣고 심적 갈등을 겪는다.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할머니의 내면을 훑는다. 작가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 생존 할머니는 모두 마흔아홉 분이었으나 초고를 쓰는 사이 두 분이 세상을 떠나 마흔일곱 분이 됐다”며 “세월이 흘러 생존자가 단 한 명뿐인 날이 올 것”이라며 “이 소설은 그 어느 날을 시점으로 쓴 것”이라고 밝혔다.
작가는 이미 초고를 완성해둔 상태다. 쓰기 전 할머니들의 증언집을 중심으로 자료 조사를 진행했고 연재하는 중에도 틈틈이 공부하고 있다.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함부로 소설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없는 소재”라며 “없었던 일을 써서는 안 되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알려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할머니들의 증언집과 신문 자료들을 많이 찾아봤다”고 말했다.
연재는 5회에 걸쳐 진행되며, 분량은 1,000매 내외가 될 예정이다. 작가는 이 소설이 위안부 문제에 둔감해진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피해를 증언할 수 있는 할머니들이 아무도 남아계시지 않는 시기가 올 겁니다. 이 소설이 우리 사회의 경각심을 높일 수 있었으면 해요. 위안부 할머니와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자신의 위치에서 할머니들을 도울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1974년 울산에서 태어난 김숨 작가는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느림에 대하여’가,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에 ‘중세의 시간’이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이상문학상을 비롯해 현대문학상, 대상문학상을 받았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