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면서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자동차 문화가 새로운 시각으로 들어오는 것은 필시 직업병일 것이다. 며칠 전 다녀온 일본 출장에서 우리에게는 사소한 운전습관과 다른 모습을 보고 매우 부러웠다. 3일간 머물면서 단 한 번도 자동차의 경적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횡단보도의 정지선이나 고속도로에서 규정 속도 운행은 답답할 정도로 정확히 지키고 있었다. 특히 차선을 변경할 때 방향지시등은 반드시 켜고 변경했다.
일본의 차선 지키기는 후쿠시마 대지진 때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2011년 3월 11일 쓰나미가 덮치면서 원전 폭발로 대량의 방사능이 유출되는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이때 오염지역을 벗어나려고 주유를 기다리는 차들이 끝없이 주유소 앞에 늘어섰지만 누구 하나 끼어들지 않고 침착하게 차선을 지켰다. 기름 주유량이 한정된 절박한 상황에서도 차선을 인격처럼 지키는 모습은 아비규환을 무색하게 했다.
올해 3월부터 미국의 위장경찰차(UPC)와 같은 암행 순찰차가 우리나라에 등장한다. 암행 순찰차는 전용차로 위반과 갓길 운행, 추월 차선을 달리는 얌체운전을 단속한다. 경부고속도로를 시범으로 7월부터 서울 외곽순환ㆍ영동ㆍ서해안고속도로에서 시행하고, 연말에는 고속도로 순찰대에 1~2대씩 보급하여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암행차량의 겉모습은 승용차와 똑같다. 그러나 단속 대상 차량을 발견하면 외부와 내부에 숨겨진 경광등과 사이렌을 작동시킨다.
암행 순찰은 차선과 속도를 지키지 않는 고질적인 운전 습관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고속도로 1차선은 규정 속도로 주행하더라도 비워놓아야 한다. 추월 차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월 후엔 곧바로 주행차선으로 복귀해야 한다. 일반도로에서도 중앙선에 가까울수록 빠른 차량, 멀수록 화물차나 초보운전 차량이 이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상식이 제대로 습관화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계도(啓導)하면 급제동과 급차선변경의 난폭운전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빨리빨리 문화가 우리를 성장시켰지만 이제는 우리 특유의 조급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운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본을 지키는 운전 자세를 가져야 할 때다. 한 나라의 가치는 국민 개개인의 행동에서 결정된다. 선진국은 돈 많은 부자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에 걸맞은 격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 그 단초가 될 차선 지키기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자 운전자의 품위유지다. 그래서 차선은 단순한 유도 선이 아니라 품격 유지선이자 고귀한 생명선이다.
● 김홍근은 호서대학교 부교수(창업보육 센터장)이자 (사)한국벤처 창업학회 부회장, 자동차부품제조업체 드림텍 대표이사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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