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하락이 국내총생산(GDP)과 구매력 증가로 이어져 국내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산유국으로의 수출, 해외건설, 플랜트 수주 등이 감소할 수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7일 발표한 ‘최근 유가 급락의 한국 경제 파급 영향’ 보고서에서 “원유ㆍ석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저유가로 인한 손해보다 반사이익이 크다”고 밝혔다. 국내 명목GDP 대비 석유 소비액은 2014년 기준 5.9%로 독일(2.1%), 일본(3.2%), 중국(3.6%), 미국(3.7%)보다 높다. 총수입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18.1%)은 독일(5.4%), 일본(16.1%), 중국(11.7%), 미국(10.5%)보다 많은 편이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 선임연구원은 “저유가로 인해 원유 수입비용이 줄고, 석유화학제품의 가격도 낮아져 구매력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추산 결과에 따르면 유가가 10% 떨어질 경우 국내 GDP는 0.27%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다. 또한 석유제품 7.9%, 운송 1.3%, 화학 1.1%, 건설ㆍ전자ㆍ반도체 0.1~0.3% 등의 생산비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이날 낸 ‘멈추지 않는 저유가’ 보고서에서 “저유가는 장기적으로 세계경제에 긍정적 요인”이라며 “석유수입국의 성장에 활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18일 미국 최대 은행인 제이피 모건이 올해 배럴당 국제유가를 당초 예상치(48.88달러)에서 31.5달러로 하향 조정하는 등 올해 배럴당 국제유가가 40달러 안팎에 머물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세계 수요 부진과 유가 하락이 겹쳐 국제적으로 소비ㆍ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산유국의 경기 침체 영향으로 수출 감소가 장기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조규림 연구원은 “저유가로 인한 생산비용 감소 효과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도록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유가 변동에 내성을 가지는 경제로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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