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진 감독/사진=구단.
"이민규(24ㆍOK저축은행)가 엄살이 심한 편인데 (이번에도) 제발 엄살이기를 바란다."
김세진(42) OK저축은행 감독은 26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서 열린 프로배구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삼성화재와 홈경기 1세트 도중 부상을 당한 주전 세터 이민규 때문에 크게 놀랐다.
OK저축은행이 4-8로 뒤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OK저축은행이 삼성화재 지태환(30)의 서브를 제대로 받아내지 못해 공이 네트로 넘어가는 순간 블로킹을 위해 점프한 이민규는 이후 착지 과정에서 오른쪽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통증의 정도는 생각보다 심했다. 이민규는 어깨를 부여잡으며 일어나지 못했고 결국 들것에 실려 나갔다. 이민규의 부상에 김 감독은 급작스럽게 곽명우(25)를 투입해야 했다.
이민규가 빠졌으나 OK저축은행은 이날 삼성화재를 세트스코어 3-0(25-23 26-24 33-31)으로 제압했다. 19승8패 승점 59가 된 OK저축은행은 2위 현대캐피탈(18승8패 승점 53)과 격차를 벌리며 단독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선두권 진입을 노리던 4위 삼성화재(16승10패 승점 44)는 2연패의 부진에 빠졌다.
당장 승점 3은 추가했지만, 김 감독은 고민이 많은 모습이었다. 그는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나 "(이)민규가 부상을 당하면서 선수들의 집중력이 오히려 높아진 것 같다. 오늘 경기만 보자면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면서도 "구체적인 보고는 받지 못했다. 부상 회복까지는 시일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걱정했다.
물론 한 가닥 희망은 보였다. 이민규의 대체자로 코트에 나선 곽명우는 김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곽명우는 안정된 토스로 송명근 등의 공격을 도왔다. 김 감독은 "곽명우가 기대이상으로 활약해줬다. 원래 (곽)명우는 토스가 좋은데 삼성화재전에선 유독 좋았다. (송)명근이도 22득점으로 공격에서 잘해줬지만, 무엇보다 명우가 공격을 살린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이에 곽명우는 "코트에 들어가자 마자 변칙적인 토스를 연달아 성공한 것이 잘 풀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감독님의 주문대로, 그리고 연습한 대로 했다"고 웃었다.
김 감독은 "우리 팀 전력은 기복이 있어서 언제든 3-4위까지 순위가 떨어질 수 있다. 6라운드 끝까지 선두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노심초사했다. OK저축은행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현대캐피탈은 새해 들어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최태웅(40) 감독의 스피드 배구가 궤도에 오르면서 현대캐피탈은 8연승을 질주 중이다. 그래서 김 감독의 마음은 더욱 초조하다.
이민규의 부상이 OK저축은행의 향후 성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예상대로 악재가 될지, 반대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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