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이 중국 민간인 남녀 2명에 의해 뚫렸다. 연초의 수하물 대란에 이은 이번 밀입국 사건은 느슨한 보안의식 및 기강 해이와 무관치 않다.
중국인 남녀가 출국장을 몰래 빠져 나가는 데는 아무런 걸림돌이 없었다.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20일 오후 7시31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두 사람은 면세구역으로 이동해 다음날 오전 1시가 조금 지나 3번 출국장으로 접근했는데 그때 문이 저절로 열렸다. 그 뒤 두 사람은 출입국관리소 상주직원용 출입문을 통과하고 출입문 잠금 장치를 풀어 공항 로비에 도착한 다음 택시를 타고 공항을 벗어났다. 이들이 지나가는 동안 문은 자동으로 혹은 손쉽게 열렸고 출국장의 보안요원은 정중앙에서 근무하라는 수칙을 어기고 구석에서 자리를 지키다가 이들을 놓쳤다.
밀입국이 43시간 후에야 확인된 것도 놀랍다. 공항공사는 두 사람이 탑승 예정이던 21일 오후 8시17분 베이징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은 사실을 22일 오후 8시가 돼서야 출입국사무소 측으로부터 통보 받고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밀입국 사실을 파악했다. 사건의 발생만큼이나 출입국사무소의 늑장 대응에도 문제가 크다.
지난해 출입국자가 4,488만 명인 인천공항은 대한민국을 들고나는 사람이 가장 많이 찾는 다중이용공간이다. 2003년 몽골인 11명이 환승 구역에서 사라지고 지난해 7월에는 관제탑 직원들이 운항정보관리시스템 단말기의 비밀번호와 IP 정보를 외부에 노출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인천공항의 보안 문제는 그 동안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그러고도 이번 사건이 일어난 것은 인천공항이 그 같은 지적을 얼마나 가벼이 여겼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일반인이 이 정도인데 테러리스트에 의해 공항이 뚫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만 해도 두렵다. 그렇지 않아도 이슬람국가(IS)가 한국을 타도해야 할 십자동맹 62개국, 자신들과 맞선 국제연대 60개국에 포함시켜 테러 우려가 커진 마당이다.
국토교통부는 26일 면세구역과 출국장 사이의 문을 운영 종료 후에는 잠가 출입을 통제하고, 보안검색대에서 일반구역으로 통하는 문은 안에서뿐 아니라 밖에서도 걸어 이중으로 잠그도록 하는 등 이번 사건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적외선 감지 센서 등의 장비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대책도 관계자들이 보안 불감증에 걸려 있으면 무용지물이다. 필요한 대책을 서둘러 실천에 옮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기회에 이완된 보안의식과 기강을 철저히 다잡아야 한다. 아무나 쉽게 지날 수 있는 곳이 관문(關門)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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