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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마천루 증후군

입력
2016.01.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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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는 근대 마천루(摩天樓)의 탄생지다. 마천루(skyscraper)로 불린 고층건물 1호는 1885년 시카고에 세워진 홈 인슈어런스 빌딩. 산업혁명에 따른 철재 구조물과 엘리베이터의 등장이 도시 스카이라인을 바꾼 결정적 계기였다. 그 이전까지는 벽돌로 쌓은 벽체가 외벽과 건물하중을 지탱했으나, 이 빌딩부터 철재 구조물이 하중을 지탱하고 벽돌 벽체는 외벽 역할만 하는 커튼 월(curtain wall) 방식이 적용됐다. 당시 리처드 댈리 시카고 시장은 “다음 세기를 미리 보는 듯 하다”고 평했지만 건물 높이는 60m(10층)에 불과했다.

▦ 하늘에 닿으려는 인간의 욕망은 인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아마도 인류 최초의 마천루는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일 것이다. 고고학자들은 그 높이를 90m 정도로 추정한다. 중세 유럽에는 100m 넘는 성당도 등장했다. 1345년 완공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130m. 중세 가톨릭이 축적한 거대한 부가 높은 건축물을 등장시킨 동력이었다. 고대 로마와 11세기 이집트에 10층 넘는 건물이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 최근 전 세계적으로 초고층 빌딩 경쟁이 한창이다. 150층 이상의 극초고층 빌딩을 뜻하는 스카이포커(skypoker)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2009년 두바이에 들어선 163층(828m) 높이의 부르즈 칼리파가 대표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007m 높이의 킹덤 타워를 건설 중이다. 국내서도 123층(508m) 높이의 제2롯데월드가 완공을 앞두고 있고, 북한은 53층(210m)짜리 주상복합아파트 ‘은하’를 선보였다. 초고층 건물은 도시의 비싼 땅값과 과밀인구를 효율적으로 감당하는 방식이다. 조망권 프리미엄과 철저한 보안 또한 장점이다.

▦ 환경과 건강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30층 이상 공동주택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층 이하보다 3배나 많다. 고층에 사는 사람은 진동과 기압 차 탓에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호흡기 질환에도 잘 걸린다. 10층 이상에 사는 임신부 유산율이 1ㆍ2층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심장마비가 왔을 때 16층 이상에 사는 환자의 생존율은 0.9%인 반면, 3층 이하는 4.2%였다(캐나다 의사협회 저널). 지구 온난화로 건축의 대세는 이미 높이보다 친환경으로 기울고 있다. 돈벌이 수단으로서의 건축이 초래한 결과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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