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부터 국회에서 한 의원실 인턴사원으로 근무 중인 김모(27)씨는 지난 해 국정감사 기간을 떠올리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1년 농사의 꽃’으로 불리는 국감인 만큼 인턴인 김씨는 퇴근을 잊고 의원회관에서 쪽잠을 청하며 대정부 질의서를 만들었다. 보좌관들과 업무량이 별 차이가 없는데도 인턴 신분이란 이유로 김씨가 손에 쥔 월급은 133만원. 오전 7시에 출근, 자정까지 일하는 근무강도를 감안하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김씨는 “올해도 국정감사 때 일할 걸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하다”며 “열심히 일한다고 채용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지만 ‘스펙’을 위해 참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26일 인턴사원한테 연장 근무 및 야간ㆍ휴일 근무를 시키지 못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키로 했다. 인턴사원에 일을 가르친다는 구실로 저임금 지급, 법정수당 미지급 등을 일삼는 ‘열정 페이’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인턴사원의 연장ㆍ야간ㆍ휴일 근무를 금지하고, 근로 교육을 6개월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다. 일을 가르친다는 것을 빌미로 정당한 근로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경우 사용자를 무조건 처벌키로 하고, 관계기관이 구체적인 처벌 규정을 내놓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주 안으로 이런 내용을 담은 정부 지침 성격의 ‘일경험 수련생 등 법적 지위 판단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발표할 방침이다. 정형우 고용부 대변인은 “지금껏 각 사업장에서 법이 준수되는지 여부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지 못했다”며 “지침 시행으로 노동 시장 질서 확립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일부 몰지각한 사업자가 일을 가르쳐준다는 핑계로 인턴제를 악용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일을 가르치는 것, 시키는 것 간 경계를 명확히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아울러 체불 임금 문제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동원키로 했다. 체불 임금을 원칙적으로 1개월 내에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소송이 발생할 경우 근로자에 대한 법률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고의ㆍ상습 체불 사업주에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구속 수사 등으로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공공발주 공사의 경우 하도급 공사비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원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하도급 업체에 직접 지불하는 직불금제를 보다 강력히 시행, 하도급업자가 공사대금을 떼이는 피해를 입지 않게 당정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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