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단체인 재향군인회(향군) 회장이 재임 기간 비리나 전횡을 저질렀을 경우 상급 관리 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가 직무정지 및 해임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법제화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된 향군의 수익사업을 별도의 재단을 신설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각종 인사비리와 금품수수 등으로 쫓겨난 조남풍 전 향군 회장 사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제2의 조남풍 방지법’인 셈이다.
보훈처는 오는 28일 향군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이 같은 개혁안 착수에 돌입한다고 26일 밝혔다. 15명 안팎으로 꾸려지는 비대위는 외부 인사를 80%로 채워 부조리한 향군 운영 실태 전반을 뜯어고친다는 방침이다. 앞서 향군 대의원 임시총회는 지난 해 연말 금품 수수 및 매관매직 혐의로 검찰에 구속 수감되고도 버티기로 일관한 조남풍 전 회장의 해임안을 통과시켜 강제 사퇴시킨 바 있다.
보훈처가 밝힌 개혁안 중 핵심은 조 전 회장처럼 향군 회장이 재임 기간 각종 추문을 일으킬 경우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법령을 정비해 실질적인 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보훈처는 향군의 관리감독기관이지만 현행법상 법적 근거 부재로 향군 회장에 대한 어떠한 인사조치도 취할 수 없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끊임 없이 제기돼왔다.
또 향군 회장의 비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향군 운영과 산하 수익단체 경영을 완전히 분리하기로 했다. 별도의 재단을 설립해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는 식이다. 향군은 현재 상조회 및 고속도로 휴게소 등 약 10개의 수익단체를 거느리며 연간 수천억 원 대의 매출을 올려 향군 회장만 되면 재벌 회장 부럽지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올 정도였다. 보훈처 관계자는 “급여 한 푼 없는 명예직인 향군 회장을 기를 쓰고 하려는 게 다 이권 사업 개입 때문 아니냐. 돈줄을 원천 봉쇄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보훈처는 향군 회장 선거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5,000만원에 달하는 기탁금을 낮추거나, 선거 관리 운영 자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보훈처는 향군 개혁이 마무리된 이후 차기 선거를 치른다는 계획이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그림 1 금품수수와 매관매직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조남풍 전 향군 회장이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조 전 회장은 당시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향군의 적폐를 해소하기 위한 일들이었다"는 식의 안하무인 태도를 보여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조차 자진사퇴를 촉구했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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