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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큰' 이란, 이탈리아 도착 6시간만에 22조 경협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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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큰' 이란, 이탈리아 도착 6시간만에 22조 경협 체결

입력
2016.01.2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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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로하니(왼쪽) 이란 대통령이 25일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마=EPA연합뉴스
하산 로하니(왼쪽) 이란 대통령이 25일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마=EPA연합뉴스

25일부터 28일까지 유럽 순방길에 나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첫 방문지인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돈 보따리’를 풀어놨다. 마치 서방국가들의 오랜 경제제재로 움츠렸던 이란의 저력을 한꺼번에 자랑하듯, 대규모 투자와 경협 약속을 쏟아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AFP통신 등에 따르면 25일 오전(현지시간) 첫 방문지인 이탈리아 로마의 치암피노 공군기지에 도착한 로하니 대통령이 이날 저녁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의 공식 만찬에 참석하기까지 불과 6시간여 만에 이란과 이탈리아 양측이 체결한 경제협력 계약 규모는 170억 유로(약 22조1,000억원)에 달했다. 애초부터 이번 유럽 방문의 목적이 서방국가들과의 비즈니스 확대임을 공표해온 로하니 대통령이 시작부터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들 계약 가운데 가장 큰 건은 이탈리아 철강업체 다니엘리가 이란 정부와 맺은 것으로 57억 유로(약 7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송유관 업체인 사이펨과의 계약도 50억 유로(약 6조5,000억원) 규모다. 덕분에 사이펨은 이날 밀라노 주식시장에서 전일보다 주가가 18.5%나 치솟았다. 이밖에 이탈리아 국영 철도회사, 에너지업체 안살도 에네르자 등이 이란 정부와 계약을 체결했다.

장관 6명을 포함해 공무원, 기업인 등 120여명에 달하는 방문단을 거느린 로하니 대통령은 이탈리아 기업들과의 대규모 계약 체결에 대해 “새롭게 열리는 이란의 시장이 이탈리아는 물론 전 유럽 투자자들에게 거대한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26일에도 500여명의 이탈리아 경제인들이 참석한 이탈리아-이란 경제 포럼에 모습을 드러내 경제 성장에 대한 열망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는 “이란은 전 지역에서 가장 안전하고 안정된 국가”라며 “우리는 여러분의 투자를 환영하며, 이를 위해 안정된 환경을 제공하고 투자에 대한 합당한 결과물을 가져가도록 보장하겠다”고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했다. 그는 또 “경제적 성장이 없고 실업이 만연한 국가는 테러리즘에 빠진다”고 경고하며, 이란의 경제 성장이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와의 싸움에 도움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바티칸시티로 향한 로하니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했다. 그는 40여분간 비공개 만남을 가진 후 언론 공개 자리에서 “매우 즐거운 방문이었다”며 교황을 향해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하니 대통령의 방문에 감사를 표한 뒤 “평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바티칸은 성명을 내고 “교황이 로하니 대통령에게 중동 문제 해결에 역할을 해 줄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란 지도자가 바티칸을 찾은 건 1999년 모하마드 하타미 이후 17년 만이다.

27일부터 이틀간 프랑스 파리를 방문하는 로하니 대통령은 이탈리아에서와 마찬가지로 통 크게 지갑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WSJ은 “로하니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만나는 28일에 맞춰 자동차 메이커, 공항건설 관련 대형 투자계약들이 잇달아 체결될 것”이라며 “푸조가 이란 현지업체 코드로와 절반씩 지분을 소유하는 3억 유로 규모의 합작법인 설립계획도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압바스 아쿤디 이란 교통장관은 이번 프랑스 방문 동안 이란항공이 프랑스의 에어버스 114대를 구매하는 계약이 마무리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껏 돈 보따리를 푸는 로하니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이란의 잠재력을 과시하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신정국가의 딱딱한 면모로 각인된 이란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한다. WSJ은 “로하니 대통령의 적극적인 행보가 이전 이란 지도자들과 달리 온건하고 친화적인 이란의 이미지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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