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공석 중이던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에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이 선임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논란을 빚으며 20개월 넘게 공석을 유지하다, 해운 업무와 전혀 무관한 정치권 인사가 선임되면서 또다시 ‘정피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해운조합은 임시총회를 열고 후보자 적격심사위원회를 통과한 후보 6명 중 오인수(60)씨를 이사장으로 선임했다고 26일 밝혔다. 오 내정자는 대의원 21명 중 12표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 내정자는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의 보좌관으로 일하다 해운조합 이사장 공모에 지원했다. 울산 출신인 그는 1996년부터 권기술 이규정 심규철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다. 2006~2012년에는 경기도 문화의전당 경영본부장을 지냈다. 연안해운업자들이 모인 단체인 해운조합 업무와 관련 있는 일을 한 적이 전혀 없다.
해운업계에서는 “관피아가 나가니 정피아 낙하산이 들어왔다”는 뒷말이 쏟아진다. 해수부의 한 간부는 “세월호 참사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비전문가가 들어오는 것에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해운조합은 국내 여객선의 안전운항관리를 해수부와 해경으로부터 위임받아 수행하도록 돼 있으나 사실상 관리감독을 방기한 채 요식절차만 하다 세월호 참사를 막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 거센 비판을 받았다. 1962년 해운조합 출범 이후 이사장 자리를 해수부 출신 관료가 독차지하는 등 참사를 유발한 민관유착의 대표적 사례로도 지적됐다. 지금까지 12명의 이사장 중 10명이 해수부 관료였다. 그러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해피아(해수부 출신 관피아) 논란이 커지자, 그 해 4월말 당시 이사장이 물러난 이후 지금까지 후임자를 찾지 못한 채 공석이었다.
해운조합법에 따라 이사장 선출은 해수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오늘(26일) 조합에서 승인 신청이 들어온 만큼 적격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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