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北中무역 경제 제재’ 제시에
中 “원유수출 중단 땐 국민들 고통
검토하는 데 시간 많이 걸린다”
美는 “강력제재 조치 반드시 포함”
케리 내일 방중… 담판 진통 예고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두고 중국이 제재 결의안 초안에 본격적인 이견을 드러내 결의안 채택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28일 중국과 담판을 벌일 예정이지만 미중 간 입장 차가 커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당초 한미가 결의안 채택 시한으로 삼았던 이달 말을 넘길 공산이 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25일 “미국과 한국이 함께 만든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을 중국에 제시했고, 이에 대해 중국 측이 지난 18~19일께 1차 반응을 보인 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굉장히 속도가 느리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23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이 이견을 좁혔느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답해 양국이 협상에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은 이번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이 기존 제재를 한층 강화하는 데다 새로운 제재 조치를 포함하고 있어 “검토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협상에 속도를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24일 유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결의안 초안에 포함된 북한으로의 원유수출 중단에 대해 ‘일반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거론하면서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한국이 북중 무역을 겨냥해 포괄적인 경제 제재 조치를 요구하는 데 대해 중국이 인도주의를 내세우며 반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케리 미 국무장관이 이번 방중에서 담판을 진행한다 해도 중국 측은 회담 결과를 토대로 최종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달 유엔안보리 의장국이 북한과 가까운 베네수엘라로 바뀌기 때문에 이달 말까지 결의안 채택을 마무리하겠다는 한미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북제재 결의안은 역대 안보리 대북 제재 중 가장 오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게 됐다.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 당시 때는 5일만에 대북제재 결의안 1718호가 채택됐다. 2009년 6월 2차 핵실험 때는 18일이 걸려 결의안 1874호가 채택됐고 2013년 3차 핵실험에 따른 결의안 2094호는 23일이 걸렸다. 정부 관계자는 “이전에는 북한이 핵실험 전에 미사일 발사를 먼저 했기 때문에 사전에 의장성명 등의 경고 조치가 있어 빠르게 진척됐으나, 이번에는 북한이 갑작스럽게 핵실험을 진행해 시일이 걸리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4차 핵실험에 대해 미국은 이전과 달리 중국과의 협상에서 양보하지 않고 강력한 제재 조치를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이어서 미중 간 신경전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 하원을 통과한 대북제재법안이 상원까지 통과하면 3월부터 발효될 예정인데, 이 법안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은행을 제재하는 내용의 ‘세컨더리 보이콧’이 대통령 재량권으로 포함돼 있다. 여차하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은행까지 제재할 수 있는 것으로, 미국은 중국과 협상에서 이 카드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이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우리가 가진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아마 중국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이처럼 북한 제재뿐만 아니라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여부를 놓고서도 미국과 중국이 이중의 힘겨루기를 벌여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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