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천정배의 이이제이(以夷制夷)는 성공할 것인가. 25일 국민의당과 국민회의의 전격 통합을 선언한 두 정치인의 성공 여부는 기존 정치권 세력의 교체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 의원은 창당 선언 이후 새 정치를 외치면서도 세 불리기라는 현실적 이유로 호남지역 의원들을 비롯 다양한 세력과 손을 잡아야 했다. 이런 안 의원이 천 의원을 끌어들여 ‘공천 칼자루’를 쥐어주고 내부 갈등 정리를 주문했다는 것이다.
천 의원의 행보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탈당 후 4ㆍ29 재보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뉴 DJ(김대중)’라 불리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구축을 외치며 호남 기득권 세력의 교체를 주창, 호남 유권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천 의원은 이날 통합 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뉴DJ들을 공천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며 안 의원과 호남 물갈이와 관련해 일정 부분 교감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김한길 의원도 이번 통합을 물밑에서 조율한 것으로 알려져 김 의원 역시 이런 호남 물갈이 분위기에 동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천 의원과 안 의원의 전격 합의는 막판까지 치열한 신경전 끝에 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19일 첫 회동을 가진 뒤, 김한길 의원 주도로 통합 조건을 두고 주말 내내 논의를 이어갔다. 합의 가능성이 높아지자 천 의원이 24일 오후 광주에서 상경해 큰 틀의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철저한 보안 아래 이뤄진 이들의 논의는 발표 직전 두 차례 더 회동을 통해 합의문 문구를 수정한 뒤에야 공식 발표로 이어졌다.
안 의원이 공천의 칼자루를 천 의원에게 넘긴 양상에 대해 국민의당 측 호남 의원들은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전남이 지역구인 한 의원은 천 의원과 한 위원장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호남 의원들만 가지고 얘기한 게 아니라 공정한 경선 절차가 필요하다는 원칙론을 얘기한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통합 효과로 국민의당에 대한 호남 지지세는 반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국민의당 지지세가 이승만 국부 발언, 안 의원과 입당파 의원들 사이 갈등으로 주춤했는데, 이번에 재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전략분석실장은 “호남 의원들이 국민의당에 몰린 상황에서 그들의 반발을 어떻게 누그러뜨리면서 물갈이 할 수 있느냐가 통합효과의 변수”라고 내다봤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표방한 안 의원이 개혁 색채가 강한 천 의원과 정체성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는 숙제다. 국민의당은 중도 성향 유권자들로 지지 영역을 넓히겠다며 이명박(MB) 대통령 측근 인사 영입에도 적극 나선 상태다. 반면 천 의원은 한상진 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에 대해 여러 차례 비판했다.
최근까지 천 의원의 국민회의에 있다 국민의당에 합류한 한 야권 인사는 “천 의원이 야권 세력과 힘을 합치자는 주변 제안을 모두 거절해,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곁을 떠났다”며 “여러 세력이 혼재된 국민의당에서 너무 강하게 나가면 또 다른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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