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리마스터링과 리메이크, 리부트 영화는 어떻게 다를까?
다시, 재생을 뜻하는 리(Re)가 붙은 작품들이 왕왕 있다. 영화 제목에서 흔히 볼 수 있으나 헷갈리는 용어들이다. 옛날 영화들의 재개봉 붐이 일면서 '리'가 붙은 용어들에 대한 궁금증도 많다.
리마스터링(Remastering)은 기존 아날로그 형식(필름)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과정, 쉽게 말해 복원을 뜻한다. 과거 필름 영화의 결함이나 재생 장비의 문제, 잘못된 캡처 등의 종류의 오류를 개선하는 작업도 해당한다. 필름 영화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화질이나 음질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더 낫게 개선한 콘텐츠가 리마스터링 영화다. 완성된 영화를 가지고 작업하기 때문에 원작의 내용을 훼손하지 않고 품질 향상에만 목적을 두고 있다. 리마스터링이 가장 환영받는 곳은 고전 영화들이다. 2010년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무려 13편의 리마스터링 작품들이 상영되기도 했다.
▲ 영화 '만추'의 1966년 원작과 2011년 리메이크 버전 포스터.
리메이크(Remake)는 말 그대로 다시 제작하는 영화다. 원작 영화를 토대로 감독과 배우를 바꿔 재구성하면 리메이크 영화가 된다. 리메이크 영화는 재탕이라는 꼬리표가 붙지만 이미 성공한 영화를 중심으로 제작하기에 흥행 리스크가 크지 않다. 리메이크는 자국의 영화보다 타국 영화가 환영 받는다. 높지 않은 가격에 판권을 사들여 현지 입맛에 맞게 만들면 된다.
현빈, 탕웨이 주연으로 익숙한 '만추'는 국내 영화로는 가장 빈번하게 리메이크 된 영화다. 원작은 고(故) 이만희 감독의 1966년 작품이다. 1972년 일본에서 '약속'이란 제목으로 번안 제작됐고, 1975년 고(故) 김기영 감독이 이정길과 김지미 주연의 '육체의 약속'으로 새로 제작했다. 1981년에는 원제 그대로 정동환 김혜자가 주연을 맡았다. 2011년 만들어진 '만추'는 한국 남성과 중국 여성에, 미국 시애틀의 버스로 배경과 장소가 바뀌어 제작됐다. 또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역시 박중훈과 고(故) 최진실에서 조정석과 신민아 주연으로 2014년에 개봉했다.
한국영화의 해외 리메이크 사례도 많다. '시월애'는 '레이크 하우스', '엽기적인 그녀'는 '마이 쌔시 걸', '거울 속으로'는 '미러', '장화, 홍련'은 '안나와 알렉스'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됐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동명의 제목으로 미국판이 나왔다.
▲ 영화 '배트맨' 의 리부트물인 '다크나이트'.
리부트(Reboot)는 영화의 컨셉트와 캐릭터를 살려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시작하는 형식이다. 리메이크가 다시 만든 영화라면, 리부트는 다시 시작하는 영화라고 이해할 수 있다.
시리즈나 프랜차이즈 영화들에서 자주 쓰인다. 대표적인 리부트 영화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다. 놀란 감독은 '배트맨' 시리즈를 리부트하면서 후속작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 라이즈'까지 연달아 제작해 리부트의 성공 사례를 썼다. '슈퍼맨'의 리부트물인 '맨오브스틸', '헐크'의 '인크레더블 헐크', '스타트렉'의 '스타트렉: 더 비기닝' '스타트렉 다크니스' 등이 같은 주인공을 두고 얘기를 푸는 게 단순한 우연은 아니다.
이현아 기자 lalal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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